2022/08 30

진리와 자유

진리와 자유 한경직 목사(1902~2000) 성경이 교훈하는 진리는 대략 세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는 하나님에 대한 진리이다. 하나님의 존재와 능력과 그의 사랑과 공의로 천지만물을 지으신 하나님 아버지에 대한 진리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그의 아들로서 그에 대한 진리를 교훈하실 뿐더러 그 자신이 이 진리의 성육신(成育身)으로, 보이는 하나님으로 오셔서 친히 보여주셨다. 둘째는 인간에 대한 진리이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받은 육신을 소유한 영혼으로서 이성과 양심을 부여 받은 만물의 영장이다. 예수는 또한 참 인간으로 그의 삶으로 인간 본래의 모습을 보여 주셨다. 셋째는 그러나 인간은 죄로 말미암아 타락하여 그 인간성이 부패함으로 영원한 멸망을 받게 되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그 독생자를 보내셔..

칼럼 2022.08.30

더욱 사랑하려는 가을 이야기

창 너머로 보이는 석양의 노을이 어제는 유난히 붉었습니다. 그렇게 붉고 아름다운 석양이었으나 어김없이 서쪽 하늘 너머로 서서히 기울고 있었습니다. 저는 노을을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언젠가는 내게도 올 석양의 시간을 생각했습니다. 올해에 사랑하던 여러 교우들을 떠나보내며 마음 아프고 허전함을 감출 수 없습니다. 주님의 몸된 교회를 함께 섬기며 돌보고 아끼던 교우들이 주님의 부름 받아 천국으로 가실 때마다, 이 세상보다 더 좋은 곳에 가는 것을 확신하면서도 목사로서 안타깝고 마음 아픈 것이 사실입니다. 천국은 이 세상과 비교할 수 없이 좋은 곳이고, 고통이나 질병, 가난, 배신, 미움, 죽음이 없는 곳인데, 저도 인간이기에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물론 우리는 소망이 없는 자들처럼 슬퍼하지는 않습니..

바다의 자리

바다의 자리 - 이상현 수풀 사이로 산새 소리 사이로 산골물이 골짜기를 내려옵니다. 해와 달을 따라가며 산골물은 조금씩 깊어갑니다. 어느 날 산골물에서 파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합니다 산골물이 푸른 바다를 쏟아냅니다. 높고 높은 곳에 살던 세상 가장 낮은 곳에 작은 바다를 내려놓았습니다. 바다가 있어야 할 자리를 산골물이 가르쳐 주었습니다.

동시 2022.08.27

청학동 벌거숭이

땅의 노래 (7)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폭염 식혀주는 계곡 물소리 만나러 지리산 청학동 들어서니 서당 훈장은 바람나 대처大處로 줄행랑쳐도 물소리만은 여전하다. 그런데, 산등성이 바라보니 푸른 소나무들 어데 가고 천둥벌거숭이 그대만 땡볕에 땀 흘리고 있다. 누가 천둥벌거숭이 그대 푸른 옷 훔쳐가 이 무더운 여름 고생하게 만들었는가? 그대는 카인이 아벨을 죽여 그대에다 파묻기 전부터 당신께서 가르치신 사랑과 용서만으로 우리를 품었는데 요즈음도 카인의 후예 나타나 누구를 미워하고 끝내는 죽여 파묻으려고 그대를 천둥벌거숭이 만들어 땀 뻘뻘 흘리게 만들었는가? 흐르는 계곡 물에 그대 몸이나 씻으시게.

태극기

태극기 - 한경직 목사(1902~ 2000) 벌써 오래 전, 1925년 내가 처음으로 공부하러 미국으로 갈 때였다. 당시 미국에 가는 배가 없어 일본으로 가 요꼬하마에서 배를 타고 17일 만에 하와이의 호놀루루 시에 도착했다. 며칠 경유지였다. 마침 그곳에 사는 친구의 마중을 받아 하와이 시내를 구경했다. 어느 작은 건물로 들어갔는데 현관에 ‘대한국민회 총본부’라고 한글로 쓴 간판이 있었다. 영어로 된 간판만 보다가 한글 간판을 보니 실로 반가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정면에 태극기 두 개가 교차되어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대한독립선언서’가 붙어 있었다. 뜻밖에 태극기를 보게 되니 내 마음이 너무 격하여 눈물이 앞을 가려 독립선언서를 읽을 수 없었다. 그때는 국내에서 태극기를 전혀 볼 수가 ..

칼럼 2022.08.23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물에는 뼈가 없습니다. 굵은 뼈, 잔 뼈, 가시도 없으며, 척추도 관절도 없습니다. 심장을 보호할 갈비뼈도 없어서 맑은 마음이 다 드러나 보입니다. 뼈가 없어 누구하고도 버티어 맞서지 않습니다. 뼈대를 세우며 힘자랑을 하지 않습니다. 누가 마셔도 목에 걸리지 않고 그의 뱃속에 들어가 흐릅니다. 누구를 만나도 껴안고 하나가 됩니다. 뼈대 자랑을 하며 제 출신을 내세우지 않습니다. 높은 곳 출신일수록 맑고, 더욱 빨리 몸을 낮춥니다. 뼈도 없는 것이 마침내 온 땅을 차지하고 푸르게 출렁입니다,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