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9 29

추석 전날 밤 송편 빚을 때

추석 전날 밤 송편 빚을 때 - 서정주 추석 전날 밤 마루에 앉아 온 식구 모여 송편 빚을 때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도 더 밝아지고 뒷산에서 노루들이 좋아 울었다. "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대수풀 올빼미는 덩달아 웃고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2022.09.09

가을의 기도

- 김현승(1913-1975)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기름진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1956년 작

2022.09.08

망운산 바람개비

땅의 노래(8) - 양왕용(부산대 명예교수) 내 고향 남해의 진산鎭山 망운산 정상에 철제 바람개비 세워 전기 만들어 고향 사람들에게 돈 벌게 해준다는 대동강 물 아닌 망운산 바람 팔아먹겠다는 봉이 김선달들 때문에 고향 사람들 뿔이 났다. 울창한 소나무며 봄이면 붉게 물드는 철쭉이며 천 년 전부터 종이 만들었다는 닥나무들 어찌하라고 몹쓸 바람개비 세우는가? 밤새도록 내는 늑대울음 닮은 바람개비 소리 때문에 그 소리와 함께 나오는 몹쓸 파동 때문에 견디지 못하고 병들어 갈 것은 생각 않는가? 당신께서 그대와 우리 위해 만드신 풀과 나무와 꽃들 어찌하라고 몹쓸 바람개비 세우는가? 봉이 김선달 여러분! 눈 크게 뜨고 생각 바꾸어 애리조나 사막이나 고비 사막으로 혹은 럭키 산맥이나 알프스 산맥으로 가서 풀이며 꽃..

생각하는 갈대

생각하는 갈대 한경직 목사(1902~2000) “인간은 갈대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갈대이다.” 17세기의 유명한 프랑스 사상가 파스칼의 명언이다. 사실 그렇다. 대우주를 바라볼 때 실로 인간은 약한 존재로 갈대처럼 약하다. 그러나 인간이 약하지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고귀한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 인간에게 무엇을 생각할 수 있고. 또 연구할 수 있는 속성을 주셨다. 이것이 인간의 이성理性이다. 구약에는 지혜문학에 속한 책들이 있다. 그 대표적 잠언箴言에는 ‘지혜로운 사람’과 ‘미련한 사람’을 구별하여 가르치고 있다. 지혜로운 이들은 이성을 바로 사용하는 사람이고, 다른 이들은 이성이 결여된 사람들이다. 그 외 성경은 또 말씀한다. “이 백성이 지각이 없으므로”(사 27:11) “그들이 알지도 못하고 ..

칼럼 2022.09.06

행복한 추석

이번 금요일부터 추석 연휴가 시작됩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추석)만 같아라.’ 는 말은 이제 옛날 말이 된 듯합니다. 요즈음은 매일이 추석과 같이 풍요롭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가 어릴 적에는 추석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그 이유는 풍성한 음식 때문이었습니다. 좀 여유 있는 집안에서는 아이들에게 새 옷이나, 새 신발을 마련해 주기도 했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추석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평소에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추석을 다른 날보다 더 기다리거나 감사하지 않는 것이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추석에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평소에도 먹을 수 있게 되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성도인 우리는 더욱 감사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합니다. 행복..

들꽃(고은)

들 꽃 - 고은 (1933- ) 들에 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우리 겨레 은은한 품성 영락없지요. 들꽃 몇 천 가지 다 은은히 단색이지요. 망초꽃 이 세상꽃 이것으로 한반도 꾸며놓고 살고지고요. 금낭초 앵초꽃 해 질 무렵 원추리꽃 산들바람 가을에는 구절초 피지요. 저 멀리 들국화 피어나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복이지요. 이런 꽃 피고지고 우리 겨레 복이지요. 들에 나가 들꽃 보면 영락없지요.

2022.09.03

9월의 기도

9월의 기도 - 정요세 길고도 길게 늘어진 서러운 더위만 머무른 흔적 다 지우시고 태양빛 찬란한 코스모스 춤추는 9월이게 하소서. 바람이 휘몰아쳐 지나간 자리 홀로 서 있게 하지 마시고 알알들이 영그는 가을이게 하소서. 마음과 생각에 가득 찬 욕심보다 배려가 철철 넘치고 모든 것 다 포용하는 계절이게 하소서. 9월엔 후회할 것 없는 모두의 가슴마다 사랑으로 가득하게 하시고 지천으로 펄럭이는 가을 부끄럽지 않은 그리움이게 하소서.

2022.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