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6 29

- 이수정 시인 나는 산을 좋아한다. 메아리 울려 퍼지는 계곡 깊은 산골이 좋다. 사랑으로 소리 공 던지면 그대 가슴 울림으로 다가가서 언제나 메아리쳐 오는 추억의 계곡으로 내 노래 거슬러 퍼지는 계곡 깊은 산이 좋다. 그립고 외로워 찾아가도 슬프도록 포근히 감싸주는 사철 넉넉한 너의 가슴 바람소리로 내 마음 읽어주는 숨이 깊은 산산산 그런 산이 살기 좋다.

2023.06.30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 김용호 시인 내게 행운이 있어 당신과 좋은 인연으로 인해 행복이 움트고 있음 실감합니다 때로는 원하신다면 당신의 그림자라도 되어 사뿐 사뿐 따라 다니고 싶어집니다. 혼자 있을 때 당신과의 맺은 인연을 골똘히 생각하면 내 마음이 유쾌해집니다. 좋은 당신이 내게 존재하므로 내 마음이 단출해지고 행복해지고 큰 부자가 되었습니다. 당신이 하도 좋아서 해거름에는 내가 당신 곁에 머물 수 있는 아름다운 노을이고 싶습니다.

2023.06.29

강물이 바다로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강물이 바다로 흘러 들어갈 때 그 가슴속에 키우던 민물고기들은 다 두고 간다. 바다의 가슴속 어디에서도 강물의 추억이나 기억을 찾아 볼 수 없다. 송사리 새끼 한 마리도 그 품속에 숨겨두지 않는다. 이토록 깨끗한 몸바꿈을 위해 새벽마다 기도하지만, 나는 송사리나 미꾸라지처럼, 아니면 산골의 가지처럼 민물을 벗어나지 못 한다.

2023.06.28

맥추감사절의 의미

The 행복한 생각 󰋮 다음 주 7월 첫 주일은 맥추감사절입니다. 한국교회에서 맥추감사절은 더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됩니다. 우리가 처음 맥추감사절을 지키기 시작한 때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보리 수확을 기념하는 절기로 정착되어 오늘날까지 계속 지켜져 오고 있는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시절은 물론 해방 후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리가 익는 동안 ‘보릿고개’ 를 넘느라 백성들의 허기진 허리가 휘어질 정도였습니다. 따라서 당시에는 가슴 아리고도 슬펐던 그 ‘보릿고개’를 넘으면서도 첫 수확을 하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했던 한국교회의 좋은 전통이 맥추감사절입니다. 미국교회가 자신들의 선조들이 1620년 102명 중 44명이 굶어 죽는 혹독한 첫겨울을 보냈지만 은혜로 살아남은 이들이 이듬해 첫 추수를 마치고..

무서운 아이들

- 구경분(계간 아동문학 동시 등단) 학교 잃은 물건 보관소 ‘주인을 찾습니다’엔 일주일이 넘도록 새 필통이 그대로 있다. 연필이 가득 들어 있는데 예쁜 지우개도 있는데 귀여운 자도 있는데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 푸른 잠바도 귀퉁이가 조금 잘린 책받침도 멜로디언 리코오더 탬버린까지 만물상을 차린 채 그대로 있다. 내 물건이 소중하지 않은 아이들 내 친구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내 부모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내 나라도 소중하지 않음 어쩌나?

동시 2023.06.23

싸우며 크는 세상

- 석우 윤명상 어릴 때, 친구들과 싸우면 어른들은 항상 ‘싸우면서 크는 겨’라며 말리기보다는 격려해주었다. 싸우는 게 싫었던 나는 빨리 어른이 되어 더는 싸우는 꼴을 안 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어른이 될수록 싸움은 더 다양해지고 격화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단 하루도 싸움 구경을 거른 날이 없고 직접 싸움판에 뛰어들어 코피 터지게 싸우기도 하지 않던가. 어깨동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 손을 잡고 살 수는 없는 걸까. 싸우면서 크는 어린애들 보다 ‘다 큰 것들이’ 더 크기 위해 싸우는 것은 애먼 새우등을 멍들게 할 뿐이다.

2023.06.22

금식

-산상수훈 묵상 32 - 양왕용 교수(부산대 명예) 밥 굶고 수염도 깍지 않고 슬픈 얼굴로 당신께 무엇 달라고 매달리면 응답주신다고 하는 것이 금식 아니지요. 정치가들이 자기 뜻을 관철하기 위해 목숨 걸고 단식하면서 기자들에게 보이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요. 우리 삶의 고비에서 산더미 같은 파도가 닥칠 때 먹고 마시는 것도 피하고 만나는 친구들도 피하고 보고 싶은 텔레비전도 끄고 오로지 당신과 단독으로 대화하면서 기도하는 것이 참으로 금식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