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들길 - 유소솔 가을 들길은 큰 공부하는 길 황금 들길에 누런 벼이삭들 모두 고개 숙인다. 옳지. 곡식은 익을수록 고개 숙인다는데, 맞구나. 가을 밭길은 감사를 배우는 길 바람이는 밭길 누런 조 이삭들 꾸벅꾸벅 인사한다. 옳지. 키워주신 분 은혜 못 잊으니, 고맙구나. 동시 2023.11.18
나무의 눈물 박승일(1941-2021) 낙엽은 나무의 눈물 은행나무는 노랑 눈물 단풍나무는 빨강 눈물..... 눈물 색 각각이니 슬픈 사연도 서로 다르겠구나. 동시 2023.11.16
가을 해 - 한인현(1921-1969) 배추밭을 다 못 맨 마나님은 한발 남은 해님을 바라보고서 “아이참! 가을해는 짧기도 하지.“ 온 종일 새를 쫓던 영감님은 한발 남은 해님을 바라보면서 “아이참! 가을해는 길기도 하지.“ 동시 2023.11.07
홍시 정지용(1902- 1950) 어저께도 홍시 하나 오늘에도 홍시 하나 까마귀야, 까마귀야 우리 나무에 왜 앉았나 우리 오빠 오시걸랑 맛 뵐려구 남겨 뒀다 후락 딱딱 훠이 훠이! 동시 2023.11.04
할아버지 감나무 - 김종상(한국문인협회 고문) 심은 할아버지는 떠나시고 없어도 홍시를 익혀서 나에게 주네. 할아버지가 부탁하셨나 봐 뒤란 쪽 울안에 감나무 한 그루. 동시 2023.10.26
아침을 위하여 - 박종현(1938-2020) 이슬은 밤사이 풀잎을 닦는다 그리하여 아침은 마알갛게 떠오른다. 바람은 밤 새워 창문을 닦는다, 그리하여 아침은 새 빛이 솟는다. 해님은 밤 새워 구름을 닦는다. 그리하여 아침은 새 힘이 넘친다. 동시 2023.10.23
기도 엄기원(한국청소년아동문학회 이사장) 한 주일에 하루쯤 쉬고 싶을 때 하루를 쉬면서 한 시간 쯤 나를 생각하는 귀한 마음 가질 때 착하게 자라나는 아이가 된다. 몸에 묻은 더러움 목욕하듯이 마음에 찌든 때를 벗기는 시간 하느님은 보이쟎는 어디쯤에서 기도하는 나를 보고 빙긋 웃으실 거야. 동시 2023.10.18
개미가 타면 신현득(아동문학 원로시인) 꼬마 개미가 딱정벌레 등딱지에 올라탔어요. 풀포기 사이를 요리조리 달려요. “야, 이건 택시다!” 꼬마 개미가 나비 등에 올라탔어요. 꽃 사이로 팔랑팔랑 “야, 이건 비행기네!” 동시 2023.10.07
산 - 김종상(한국문협 고문) 내가 올라가면 조금씩 조금씩 키를 낮추다가 내가 정상에 서면 발아래 꿇어 엎드린다. 내가 내려오면 조금씩 조금씩 키를 높이다가 내가 다 내려오면 고개를 빳빳이 쳐든다. 동시 2023.09.22
가을은 오순택(전 문협아동문학회장) 가을은 들녘에 고추잠자리 풀어 놓고 코스모스 가녀린 꽃대 위에 보랏빛 접시 하나 얹어 놓았다. 조 알갱이 누렇게 물드는 밭두렁의 벼메뚜기도 덩달아 익는 가을은, 서쪽 하늘 날아가는 기러기 발목에 노을이 감긴다. 동시 2023.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