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솔 2023. 8. 29. 00:00

 

                                           - 박두진 교수(1916-1998)

 

아무데서나

당신에 부딪칠 때

타올라 미쳐 뛰는

내 안의 마음

잔잔하고 푸른 강으로

가라앉게 하소서.

 

아무데서나

당신에 부딪칠 때

노루처럼 비겁한

내 안의 결단

칼날 진 발톱

사자처럼 영맹히 덮칠 수 있게 하소서.

 

아무데서나

당신에 부딪칠 때

사막처럼 파팍한

마음 메마름에

뜨거운 눈물

연민의 폭포강이 출렁이게 하소서.

 

아무데서나

당신에 부딪칠 때

아직도 못다 올린

새 깃발을 위하여

흘려 넘어져도

달려가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