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오월

유소솔 2025. 5. 23. 00:00

 

 

                                                   노천명(1911-1957)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 곱고

연못 창포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이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 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바라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들 냄새가 물씬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무 호납나물 젓가락 나물

참나무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마냥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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