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소솔 2021. 11. 27. 00:00

 

사무친 것이 가을바람이 되어

나무를 만지면 단풍이 들고

사람들 옷깃을 스치면

방금 지은 들밥 같은 시간도 물드네.

 

바람은 세상 구석구석을 휘돌며

물들일 수 있는 것은 모두

제 슬픔의 색깔로 물들이고

열매란 열매 모두 처럼 매달아

견뎌온 세월을 보여 주네.

 

뿌리 내리고 살았던감사하고

머리에 이었던 하늘감사하고

기쁨으로 두 손 가벼이 털고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은 아름답네.

 

지난 계절 내내 뜨거웠던 열정

저녁 어스름으로 잦아지고

모든 것은 한 때 지나가는 것임을

한 잎의 낙엽이 흩날리며

가슴에 찌익 밑줄을 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