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안진(서울대 명예교수)
식구들이 다 잠들고
통행금지 싸이렌도 울린 지 한참이나 지나고서야
부엌에서 쓸까? 거실에서 쓸까?
원고지를 싸들고
내 방 하나 소원했는데
통금도 없어지고
잠들어 줄 식구들 다 떠나가고
집 한 채가 통째 내 방이라니
내 소원이 이런 천벌(天罰)이 되고 말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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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들 키우기에 바쁜 가난하던 시절, 모두들 잠든 이후에야 시 쓰기에 적당한
‘내 방’ 하나 소원했는데, 어느 새 식구들 다 떠나고 집 한 채 몽땅 ‘내 방‘ 소원이
이뤄졌으나 이를 천벌로 생각한 삶의 외로움을 갈파한 명시이다.(소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