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의 합창
류재하 담양에 가면 맑고 푸른 합창소리가 들린다. 고지산 남서쪽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 언덕 대나무 소나무 숲을 이룬 초록동산에 찾는 이마다 몸과 마음이 청순해 진다. 솔바람에 송화松花 가루 날고 댓바람에 죽향竹香이 은은하면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울창한 대숲에서 봄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탁, 탁, 탁, 탁 나무끼리 부딪치는 리듬소리 사아악, 사아악 소나기 오는듯한 댓잎소리 짹, 짹, 짹, 짹 숲을 날며 노래하는 참새소리 뻐꾹, 뻐뻐국 먼 산에서 짝 찾는 뻐꾸기 소리 이 소리, 저 소리가 어울려 내는 합창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세파에 엉킨 이기심이 옷을 벗고 세속에서 잃어버린 자아自我가 다가오며 4월의 봄볕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다. - 작시일(2003. 4. 12)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