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110

80초 명칼럼 "사자의 눈"

이어령(1934-2022) 짐승 가운데 인간의 눈을제일 많이 닮은 것은 무엇일까요? 동물학자들은 그것을‘사자‘라고 합니다.힘이 센 백수의 왕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사자는 들판에서 사는 짐승이라늘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멀리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입니다.초식동물들은발밑에 있는 풀만 보고 다니지요.그래서 사이가 아주 좁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자와 비슷해도 호랑이는숲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먼 곳을 볼 수 없습니다.그러나 두 발로 선 인간은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며 삽니다. 상상과 지식의 넓은 초원에서 사는 사람들은사자처럼‘지금, 여기’의 발밑이 아니라먼 내일과 더 넓은 지평을 꿈꾸며 삽니다. 비전입니다.비전을 잃으면인간의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칼럼 2025.05.28

80초 명칼럼 "잠은 솔솔"

이어령 교수(1934-2022) 잠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오는데사람들은잠이 솔솔 온다고도 하고잠이 살살 온다고도 하고 눈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데사람들은눈이 펑펑 내린다고도 하고눈이 사락사락 내린다고도 하고 새는 아무 소리도 없이하늘에서 날고 있는데사람들은새가 훨훨 난다고도 하고새가 씽씽 난다고도 하고그러나 나도 들을 수가 있어요. 내가 엄마에게 뽀뽀를 할 때엄마 가슴이 뛰는 소리를내가 아빠에게 뽀뽀를 할 때아빠 가슴이 뛰는 소리를 잠처럼 솔솔눈처럼 펑펑새처럼 훨훨가슴이 뛰는 소리를들을 수가 있어요.

칼럼 2025.05.19

시인詩人

80초 생각 나누기 이어령 교수(1934~2022) 추운 겨울날,시인은 불을 피우기 위해마지막 남은 장작을 팼습니다.도끼를 내려치려는 순간문득 토막 난 장작 모퉁이에서파란 새싹이 돋아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시인은 차마도끼를 내려칠 수 없었습니다.거기 한 생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시인은 방으로 돌아와 추위에 떨면서겨울밤을 보냈습니다. 여름날 새벽시인은 목이 말라 우물가로 갔습니다.그런데 두레박줄에는나팔꽃 넝쿨이 감겨 있었습니다.아, 시인은 차마나팔꽃을 두레박줄에서 떼어 놓을 수 없어갈증을 참았습니다. 죽은 장작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두레박줄에도 생명의 넝쿨이 있다는 것을시인들은 압니다.그래서 시인들은 늘 추위에 떨고그래서..

칼럼 2025.04.16

그것을 窓이라고 부르는 이유

이어령 교수(1934-2022) 창을 가리키는 영어의 Window는‘바람의 눈(wind+eye)’라는 뜻에서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집에 창이 있다는 것은영혼에 눈이 있는 것처럼아름다운 일입니다. 우리는똑같은 바람의 눈,영혼의 눈으로세상을 보고 배웁니다.왜 학교를 배움의 창(學窓)이라 하고왜 옛 친구를 동창(同窓)이라 불렀는지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창 앞에 서면풀잎을 흔들던 작은 바람들이마음을 흔드는아주 작은 바람들이밝은 시선으로 다가옵니다. 창문을 굳게 닫은 아이들을 우리는 자폐아라고 부릅니다.지금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블라인드(Blind)를 내린어두운 방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창문을 여세요.마음의 문을 여세요.거기에새로운 빛과 바람이 있습니다.

칼럼 2025.02.07

‘그래도’ 라는 섬

80초 생각 나누기                                                이어령 교수(1934~2022) 어느 시인이한국에는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고 우겼습니다.울릉도와 독도는 있어도우리나라의 섬 3,358개 중에 ‘그래도’라는 섬은어느 곳에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인은 말했습니다.불행한 일이 있을 때살기 힘들 때절망을 할 때 자신의 꿈과 소망이 산산조각이 나도새로운 긍정을 만드는섬이 있다고 말이지요.그것이 바로 ‘그래도’라는 섬입니다. ‘그래도’의 섬 안에서우리는 쓰러지다가도 다시 일어나앞을 향해 걸었습니다. 한국에 있다는 섬 ‘그래도’는몇 천년을 두고그래도 내 나라그래도 내 고향그래도 내 식구라고 말하며 살아 온 한국인. 가난하고어렵고험한 역사 속에서도‘그래도’라는 섬..

칼럼 2025.01.10

절제 節制

한경직 목사(1902- 2000) “재앙이 뉘게 있느뇨, 근심이 뉘게 있느뇨, 분쟁이 뉘게 있느뇨, 원망이 뉘게 있느뇨, 까닭 없는 상처가 뉘게 있느뇨, 붉은 눈이 뉘게 있느뇨, 술에 잠긴 자에게 있고, 혼합한 술을 구하려 다니는 자에게 있느니라.“ (잠언 23: 29-30) “포도주는 붉고 잔에서 번쩍이며 순하게 내려가나니 너는 그것을 보지 말지니라.이것이 마침내 뱀 같이 물 것이요 독사 같이 쏠 것이며, 네 눈에는 괴이한 것이보일 것이요 네 마음은 망령된 것을 바랄 것이며, 너는 바다 가운데 누운 자 같고 돛대 위에 누운 자 같을 것이며, 네 스스로 말하기를 누가 나를 때려도 나는 아프지 않고 나를 상하게 해도 내게 감각이 없도다. 내가 깨면 또 술을 마셔야지하리라.“(잠언 23: 31-35) 이 ..

칼럼 2024.07.10

약점

한경직 목사(1902-2000) 우리의 몸에는 특별히 약한 곳이 있을 수 있다어떤 이는 몸이 튼튼하게 보이는데 심장이 약하다고 한다.누구는 시력이 약하고 누구는 폐가 약해서 매일 약을 먹는다.건강을 유지하려면 몸의 약한 부분을 주의하고 회복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인간의 성품에도 누구에게나 약점이 있다.어떤 이는 매우 신경질적이고, 어떤 이는 늘 다혈질이다. 또 어떤 이는 명예욕이 많아 언제나 감투를 좋아하다 많은 돈을 낭비했다.우리는 자신의 약점을 미리 알고 일생을 그르치지 않도록 늘 조심해야 한다. 또한 누구에게나 약한 순간이 찾아온다.외로울 때, 슬플 때, 분노할 때가 오는데 우리는 어떤 유혹이나 큰 시험에 빠져순간적으로 일생을 그르칠 수도 있다.그러므로 누구나 나의 약점을 알고 순간적으로 실패하지 ..

칼럼 2024.05.22

가장 아름다운 손

명절을 맞아 딸 넷이 부모의 집에 모였다. 식사를 마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중 누구의 손이 가장 예쁜가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자기의 손이 제일 예쁘다고 말했다. 그래서 각자 손을 보인 후 투표로 가장 아름다운 손을 선정하기로 했다. 큰딸부터 막내까지 메니큐어를 바른 길고 고운 자기의 손을 내놓았다. “이제 어머니도 손을 보여 주세요” 모든 자녀들이 어리광을 부리듯이 말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웃으며 말했다. “얘들아, 내 손은 늙어 쭈글쭈글하고 흉해서 너희들 손과 비길 수가 있겠니? 나는 포기하겠다. 너희들끼리 해라.” 그래도 딸들이 자꾸만 졸라 어머니는 할 수 없이 손을 내밀었다. 쭈글쭈글 한 손등, 거칠어진 손마디, 닳아 없어진 손톱, 그것은 흉한 손이었다. 자녀들의 매끄럽고 고운 손과는 아..

칼럼 2024.05.17

심은 대로 거두리

한경직 목사(1902-2000) 전에 어떤 사람이 자기 아내를 다만 공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쫓아냈다. 그리고는 더 젊고 공부 많이 한 여자를 새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러나 세월이 20여년 지나자, 모든 것이 변했다. 나이가 들자 큰 병을 얻어 그 많던 돈도 큰 수술비 몇 번에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재취한 아내가 남편도 버리고 아이도 버리고 사라져 버렸다. 사람을 천대하면 자기도 천대를 받는다. 남을 속이면 자기도 모르게 속임을 당한다.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하면 자기 가슴이 아플 때가 온다. 또 양(量)도 마찬가지이다.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처럼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몇 갑절로 받게 된다. 농사뿐 만 아니라, 영적인 세계에서도 이 원리가 변치 않는다. “적게 심은 자는 적게 거두고, 많이 심은..

칼럼 2024.04.18

위를 바라보라

한경직 목사(1902-2000) 이런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다. 영국의 요한 웨슬리(John Wesley) 목사에게 한 젊은이가 찾아와 상담했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앞길이 캄캄해 큰 실망 속에 젖어 있었다. 웨슬리는 젊은이에게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걸으며 상담하자고 했다. 그들이 가는 길가에 큰 목장이 있고 풀밭에 많은 소들이 풀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 한마리가 그들이 가까이 가는 담장에서 고개 쳐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웨슬리 목사는 어떤 영감이 찾아와 젊은이에게 물었다. “저 소가 왜 저렇게 고개를 쳐들고 있을까요?” “앞에 담장이 가로막혀 있어서 위를 보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우리도 종종 앞이 보이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 칠 수 있어요. 그때 우리는..

칼럼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