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 22

새로운 길

윤동주(1917-1945)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1938년 작----------------------------------------------------------------------------그는 날마다 똑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나이 21세 때 간도 땅 고향에서의 길이지만 그의 마음은 언제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그가 가는 길은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길이기 때문이다.(소솔)

2025.05.30

80초 명칼럼 "사자의 눈"

이어령(1934-2022) 짐승 가운데 인간의 눈을제일 많이 닮은 것은 무엇일까요? 동물학자들은 그것을‘사자‘라고 합니다.힘이 센 백수의 왕이라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사자는 들판에서 사는 짐승이라늘 먼 지평선을 바라보며 자랐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인간은 멀리바라볼 수 있기 때문에 인간인 것입니다.초식동물들은발밑에 있는 풀만 보고 다니지요.그래서 사이가 아주 좁습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자와 비슷해도 호랑이는숲 속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먼 곳을 볼 수 없습니다.그러나 두 발로 선 인간은언제나 먼 곳을 바라보며 삽니다. 상상과 지식의 넓은 초원에서 사는 사람들은사자처럼‘지금, 여기’의 발밑이 아니라먼 내일과 더 넓은 지평을 꿈꾸며 삽니다. 비전입니다.비전을 잃으면인간의 모든 것을 잃게 됩니다.

칼럼 2025.05.28

어머니

유소솔 아기 천사처럼 해맑은 모습으로 자라다가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아가의 첫 말소리 - 엄마 무서운 꿈 꿀 때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베개를 움켜쥐고 외치는 어린이 울음소리 - 엄마야 고향을 떠나먼 도시에서 공부할 때외로움에 젖어 나즉히 불러보는청소년의 신음소리 - 어머니 총소리, 대포소리 쿵쾅대는 무서운 전쟁터에서총 맞고 쓰러지며 울부짖는군인의 목소리- 어머니이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 숨어 기쁠 때나, 슬플 때나외로울 때나, 괴로울 때나깃발처럼 펄럭이는 말 한 마디 - 어머니 누구나 어려울 때 마다 꼭 찾는 하나님을 닮았나 보다우리의 어머니는 -한국기독교시선집에 수록(2014)

2025.05.26

비교보다 성찰을 통한 성화의 길로

󰋮 The 행복한 생각 󰋮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가 있습니다.그것은 '남들과 비교하지 않을 때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일부 동의하면서 ‘과연 언제나 그럴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비교’가 무조건 나쁜 것일까요? 저는 ‘비교’에도 순기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나아가 과연 ‘비교 없이 산다는 것이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비교하는 존재이며, 그것으로 말미암아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생존할 수 있었고,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비교할 비(比)자는 비수 비(匕)자 두 개를 합쳐 이루어진 단어입니다. 비교에는 두 방향이 있는데, 창조적 비교와 파괴적 비교가 있습니다. 창조적 비교는 어제의 나와..

푸른 오월

노천명(1911-1957)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 곱고연못 창포 위에 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 라이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은 정오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 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 하는 수 없어눈은 먼 데 하늘을 바라본다.긴 담을 끼고 외딴 길을 걸으며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들 냄새가 물씬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어디메선가 한 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무 호납나물 젓가락 나물참나무를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종달새마냥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나의 태양이여! ----..

2025.05.23

80초 명칼럼 "잠은 솔솔"

이어령 교수(1934-2022) 잠은 아무 소리도 없이 오는데사람들은잠이 솔솔 온다고도 하고잠이 살살 온다고도 하고 눈은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내리는데사람들은눈이 펑펑 내린다고도 하고눈이 사락사락 내린다고도 하고 새는 아무 소리도 없이하늘에서 날고 있는데사람들은새가 훨훨 난다고도 하고새가 씽씽 난다고도 하고그러나 나도 들을 수가 있어요. 내가 엄마에게 뽀뽀를 할 때엄마 가슴이 뛰는 소리를내가 아빠에게 뽀뽀를 할 때아빠 가슴이 뛰는 소리를 잠처럼 솔솔눈처럼 펑펑새처럼 훨훨가슴이 뛰는 소리를들을 수가 있어요.

칼럼 2025.05.19

‘영적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길

󰋮 The 행복한 생각 󰋮 운동선수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때, "슬럼프(Slump)"에 빠져있다고 합니다. 이런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야구선수가 슬럼프에서 벗어나려면 스윙 연습을 1000번 이상 더 한다고 합니다. 슬럼프에 빠진 축구선수가 벗어나기 위해서 드리블 연습부터 다시 한다고 합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이 슬럼프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지름길입니다. 그리스도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Spiritual Slump" 즉, ‘영적 슬럼프’에서 벗어나는 길은 신앙의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신앙의 기본은 예배인데, 신앙생활은 상호 연관적입니다. 그래서 한 부분이 약화되면, 그것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시인)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며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나무 그늘에 앉아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