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부르지 말라 홍성훈(한국문협 아동분과회장) 하느님이 최초로 천지를 창조할 때사랑하는 자손 위해 한반도 만들면서화룡점정 용의 눈 독도를 지었네. 그때부터 우리 민족은 천손의 자손내 이름을 너희 맘대로 함부로 부르지 말라 너희들이 다케시마라고 억지를 부릴 때면지진 화산폭발 쓰나미로 경고를 주네그런데도 깨닫지를 못하니 불쌍하구나 내 이름을 너희 맘대로 함부로 부르지 말라내 이름은 영원토록 대한민국 독도다. 시 00:00:11
늙은 사내의 詩 서정주(1915-2000, 대한민국 예술원상) 내 나이 80을 넘었으니시를 못 쓰는 날은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깎아 주자발톱도 또 이쁘게 깎아 주자. 훈장 여편네로 고생살이하기에거칠대로 거칠어진 아내 손발의 손톱 발톱이나 이뿌게 깎아 주자 내 시에 나오는 초승달 같은 아내 손톱 밑에 아직도 떠오르는초사흘 달 바래보며 마음 달래자 마음 달래자 마음 달래자. 시 2025.07.17
무더위에게 정연복(기독교 시인) 더위야찌는 듯한 더위야 너랑 동장군이랑누가 더 힘이 셀까 너희 둘이 한판 벌이면명승부가 펼쳐질 것 같아 동장군과 너를 반반씩섞을 수만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러면 아주 사랑스러운 날씨가생겨나겠지. 시 2025.07.12
잠지 오탁번 시인(1943-2023. 고려대 명예교수) 할머니 산소 가는 길에밤나무 아래에서 쉬를 했다아빠가 누는 오줌은 멀리 나가는데내 오줌은 멀리 안 나간다 내 잠지가 아빠 잠지보다 더 커져서내 오줌이 멀리 멀리 나갔으면 좋겠다 옆집에 불나면 삐용삐용 불도 꺼주고황사 뒤덮인 아빠 차 세차도 해주고 내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흐흐흐 웃는다네 색시한테 매일 따스운 밥 얻어먹겠네.------------------------------------------------------------------------이 시가 얼른 보면 동시 같아서 웃지만, 알고보면 깊은 가족애와 함께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이라고 평론가들이 호평합니다.(소솔) 시 2025.07.11
어느 날의 기도 3 채희문 시인(상록문학상) 사람들과 말이 안 되는 날은훌쩍 산으로 가게 하소서깊은 산 큰 바위에 올라이름 모를 새들과 만나면서바람소리와 지내게 하소서 시름시름 시름만 겨운 날은강이나 바다로 떠나게 하소서흐르는 물살과 파도의 물이랑을 보며천만년 인고의 물결을 배우게 하소서 산과 강과 바다와도 얘기가 안 되는 날은세상 믿을 곳이라곤 없는 날은하늘로 향하게 하소서떠가는 흰 구름을 지나그 구름 사이로 깊이 열리는빈 하늘을 갖게 하소서 그런 어느 날당신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을 내리시어나의 차가운 빈손을 맞아주소서. 시 2025.07.07
꽃을 보고 오렴 이해인(제1회 카톨릭문학상) 네가 울고 싶으면 꽃을 보아라웃고 싶어도 꽃을 보아라 늘 너와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꽃꽃은 아름다운만큼 말씨도 곱단다변덕이 없어 사괼만 하단다. 네가 나를 만나러 오기 전꽃부터 먼저 만나고 오렴 그럼 우리는 절대 싸우지 않을 테다누구의 험담도 하지 않고내내 고운 이야기만 할 거야. 시 2025.07.04
7월 정연복(기독교시인) 시작이 반이라는 말딱 맞는다. 새해가 엊그제 같은데어느새 7월 눈 깜짝할 새두툼하던 달력이 얄팍해졌다. 하지만 덧없는 세월이라슬퍼하지 말자 잎 새들 더욱 푸르고꽃들 지천에 널린 아름다운 세상 시 2025.07.03
나무가 바람에게 문정희(소월문학상) 어느 나무나 바람에게 하는 말은 똑 같은 가 봐 - 당신을 사랑해. 그래서 바람 불면 몸을 흔들다가봄이면 똑 같이 초록이 되고가을에는 조용히 단풍드나봐. 시 2025.06.26
철마의 기도 - 6.25의 날에 - 이원용(시인) 서울을 떠나 원산으로 달리던 철마 한 조각이기적소리 숨을 멈추고 원정리역 눈물의 플랫폼에 서서저 멀리 포화에 벗겨진 백마고지와침략자들의 모략지 노동당사를쳐다보며 서 있네. 반나절 걸어 오르던 산등성이에 쳐 놓은삼팔선 철조망이 길을 막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분단선이한이 서린 고갯길이 되어민주의 품속에서 숨을 멈추고 기다리고 아직도 저 이름 모를 고지에는적의 포성에 눈과 귀가 멀어고향 가는 길을 잃은 목숨들이 흐느끼는데이념의 손길이 그려 놓은 철조망 앞에총소리는 멈추었지만가시보다 더 날카로운 눈초리들이 남녘을 내려다보네. 하늘이시여녹슨 철마에게 기적의 목소리를 가르치시어달려가던 습성이 살아나게 하시고하늘을 오고가는 저 새들에게평화의 씨앗 물어다 북녘에 뿌리게 하소서.민족의 한이 서린 저.. 시 2025.06.25
그대 빈손에 이 작은 풀꽃을 유안진 교수(서울대 명예) 눈물로 눈을 씻어내며 눈물을 흘려본 이는 인생을 아는 사람입니다. 살아가는 길의 험준하고 뜻 있고값진 피땀의 노력을 아는 사람이며,고독한 영혼을 아는 사람이며,이웃의 따사로운 손길을 아는 사람이며,가녀린 사람끼리 기대고 의지하고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귀하게 평가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눈물로 마음을 씻어낸 사람에게는 사랑이 그의 무기가 됩니다.용서와 자비를 무기로 사용할 줄 압니다.눈물로 씻어낸 눈에는 신의 존재가 어리비치웁니다. 강팍하고 오만하고 교만스러운 눈에는신의 모습이 비쳐질 수 없지만,길고 오랜 울음을 거두고, 모든 존재의 가치를 아는 눈에는모든 목숨이 고귀하게 보이고,모든 생명을 고귀하게 볼 줄 아는 눈은이미 神의 눈이기 때문입니다. 시 2025.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