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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안의 새가 내 품으로

권성길(세계문학 등단) 오늘이 가면 내일이 온다 그래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내일은 간데없고 오늘만 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오늘은 내일의 발판이고 내일은 오늘의 희망인 것을 너무 완벽하게 살지 말자 그게 다 나에게 고통 주는 일 너무 아등바등 살려하지 말자 그게 다 나에게 스트레스 주는 일 조금 더 가볍게 살아도 나쁠 건 없다 조금 더 여유로운 삶을 조금 더 자유로운 생각을 그러다보니 평안의 새가 하늘에서 내 품으로 돌아왔다.

2024.01.23

햇살이 도착했습니다

성현식 시인(창조문예상) 태양계 택배로 보내신 햇살 오늘 잘 받았습니다. 선불로 부치셔서 나는 그저 공짜로 받습니다. 바람 끈을 끄르고 솜 같은 구름 싸개를 젖히니 속살이 쏟아져 나옵니다 한 모금 마시고 한 옹큼 샘물처럼 떠서 얼굴에도 부옇게 적십니다 남은 햇살은 창가에 매달아 둡니다 두고두고 아침마다 만나게 될 것을 생각하며 그침 없이 식지도 않고 다사론 밝음이 또한 낮의 부피만큼 번져갈 것입니다 선물로 보내신 햇살 한 생전 피부와 심장으로 받으며 늘 고맙게 여겨 살겠습니다.

2024.01.20

물고기

-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물고기는 물속에서 숨을 쉽니다. 물에서 산소를 훔쳐내는 기술입니다. 생명을 훔쳐내는 기술입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훔쳐냅니다. 아무도 도둑맞지 않습니다. 나도 배우고 싶습니다. (소솔) 물 속에서 숨을 쉬는 물고기의 신비를 생명을 춤쳐내는 기술이지만, 그러나 아무도 피해가 없다. 그것은 오묘하신 창조주의 허락이라는 시인의 신앙적 눈 높이를 누구나 배우고 싶다.

2024.01.13

1月歌 · 새해는 그대 차지

유안진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천지는 또 한번 새로워졌어라 가슴마다 약속도 새로 새로워져라 기적은 땀과 함께 행운도 땀과 함께 믿으며 믿으며 기쁜 땀 흘려지고 땀방울 모여 강물이 되면 강물처럼 우리도 커지고 깊어지고 땀방울 마침내 바다 이루면 바다처럼 우리도 넓어지고 푸르러지리니 가슴아, 땀을 믿는 뜨거운 가슴아 사랑과 건강과 행운을 약속하는 금년 새해에도 기적은 그대 차지.

2024.01.02

종소리

- 이 탄(1940~ 2011) 나는 항상 성탄절이다 누가 누구하고 싸울 때도 내가 싸우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거룩한 빛의 날 성탄절이 있기 때문이다. 나에겐 365일이 온통 성탄절이다 나에게 듣기 싫은 목소리로 마치 야단치듯 대하거나 좋은 말을 해주거나 3.8선을 생각하거나 나에게는 감사한 마음이다. 모두, 감사한 마음이 퍼져나가면 이뤄지지 않는 것이 있겠는가. ----------------------------------- 시인은 날마다 ‘성탄절’ 같은 삶을 추구하고 있다. 성탄절 같은 마음을 지니고 살면, 싸우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 6.25 같은 전쟁도 평화의 왕으로 탄생하신 그리스도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즉 성탄절 같은 삶으로 감사의 삶을 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성도의 모습을 형상화..

2023.12.27

촛불

-황금찬(1918~ 2018)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면 그때부터 종말을 향해 출발하는 것이다. 어두움을 밀어내는 그 연약한 저항 누구의 정신을 배운 조용한 희생일까. 존재할 때 이미 마련되어 있는 시간의 국한을 모르고 있어 운명이다. 한정된 시간을 불태워 가도 슬퍼하지 않고 순간을 꽃으로 향유하며 춤추는 촛불 ------------------------------------------------------- 진실한 크리스천인 황시인이 오늘 태어나신 예수 그리스도를 마치 촛불 심지에 불을 붙이듯 평생 어두움을 밀어내는 33년 희생적인 삶을 비유하여 노래하고 있다. 그리하여 마침내 그 빛이 인류에게 임하여 구원의 빛, 생명의 빛이 되었음을 비유적으로 노래하는 명시이다. (소솔)

2023.12.26

구유에 뉘신 예수

용혜원(목사 시인) 예수의 최초의 모습은 가난이었다 심령의 가난을 원하셨던 그의 삶이 바로 가난이었다 마구간의 말구유 위에 뉘이신 아기 예수는 우리처럼 벌거벗은 몸으로 태어나셨다 성만찬에서 그의 몸과 피 떡과 포도주를 나누시던 주님은 이 땅에 밥이 되어 오셨다 그의 탄생을 축하하였던 가난한 사람들이 그를 따랐다 예수를 따르기 위해선 모든 것을 버려야했기에 가난했다 심령이 가난하면 복이라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그를 따르는 자들에게는 축복이 임하였다 천국이 저희 것이 되었다.

2023.12.23

12월에는

박이도(시인. 경희대 교수 역임) 한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해가 속절없이 가버린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아직 남은 시각을 고마워하며 지혜롭게 마무리하는 시간 되게 하소서 12월의 냉기 어린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이웃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희생했는지 훨훨 타오르는 숯불이 되어 헐벗은 가슴 데워 주게 하소서 또 한해를 마감하고 보내는 이 자리 내 선 위치에서 사랑의 작은 촛불 밝혀 어두움에 헤매는 자들에게 환하게 밝은 길 열어주는 주의 작은 빛으로 살게 하여 주소서

2023.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