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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초 명칼럼, "사람 살려!"

이어령 교수(1934-2022) 배가 뒤집혀 물에 빠졌을 때미영국 사람들이라면“헬프 미”(나 살려!)일본 사람들이라면“다스케테 쿠레(살려 줘!)그런데 한국 사람이라면“사람 살려!” 그래요. 한국 사람들은 미영국 사람처럼나 살리라고는 하지 않습니다.‘나 살려!“는 위급한 상황에서‘나’를 내세우는 개인주의적 인생관이 들어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일본인들처럼그냥 살려달라고만 하지 않지요.누구를 살려 달라는 것이지‘살려줘!’라는 그 외침에는‘나’ 없는 집단주의적 발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은 개인도 집단도 아닌‘사람’을 강조합니다.물에 빠진 사람도, 구해주는 사람도다 같은 사람입니다. 인류는 물에 빠진 사람처럼 위기에 빠져 있어요.끝없는 테러, 바이러스의 창궐,경제 불황, 몸살을 앓는 지구..... ..

칼럼 00:00:20

떡국을 먹으며

양광모 서정시인 먹기 위해 사는 게인생은 아니라지만먹고 사는 일만큼중요한 일이 어디 있으랴 지난 한해의 마음으로오늘 한 그릇 떡국이 마련되었고오늘 한 그릇의 떡국은새로운 한해를 힘차게 달려갈 든든함이니 사랑하는 사람들이 둘러앉아설날 떡국을 먹으면희망처럼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아물지 않은 상처마다 뽀얗게 새살이 돋아난다.

2026.02.17

동백꽃의 삶

유소솔(한국계관시인상) 세 번이나 꽃 피운다는 겨울 동백꽃처음엔 나뭇가지에 꿈처럼 피어나듯흰 눈 속에 웃는 꽃 참으로 어여쁘다 두 번째는 나무 아래 떨어진 꽃을 보라낙화의 동백꽃은 시들지 않은 기운 있어열흘이 지나도록 싱싱한 아름다운 꽃이여! 마지막 동백꽃은 우리들의 마음의 꽃추운 겨울에도 늘 간직한 새빨간 미소누구나 늘 사랑하는 마음에 피는 꽃이여!

시조 2026.02.16

진짜 새해는 관계에서 시작됩니다

󰋮 The 행복한 생각 󰋮 이틀 후 설 명절입니다. 설이 되면 우리는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립니다. 새해 첫날의 공기, 첫인사, 첫 떡국. “한살 더 먹었다”라는 말에 진심이 있지요. 시간이 흘렀다는 사실, 그럼에도 내가 여기에 살아 있다는 사실, 그 사실을 누군가와 함께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고향 먼 길로 달려갑니다. 고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고, 어떤 사람에게 고향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었으면 하는 곳”으로, 설은 그 두 마음을 동시에 꺼내 놓습니다. 반가움과 부담, 감사와 미안함이 한 상에 함께 앉습니다.명절의 식탁은 참 묘한데, 음식보다는 말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많아서입니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의 마음에는 세월이 남긴 빈칸과 균열이 있습니다. 누군가는 떠났고, 누군가는 여..

아직 춥지만 신앙의 봄은 시작되었습니다

󰋮 The 행복한 생각 󰋮 지난 4일(수요일)이 입춘이었습니다. 달력은 봄의 문턱을 넘었다고 말하지만, 현실의 공기는 아직 차갑습니다. 우리는 “봄이 오면 따뜻해질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봄은 추위 속에서 생명이 다시 움직이게 하는 계절입니다. 신앙도 바로 그렇습니다. 믿음은 내 삶에서 찬바람이 사라지는 일이 아니라, 바람이 불어도 다른 방향으로 걷는 힘입니다. 찬바람이 있다는 사실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우리가 아직 살아 있고, 계절의 경계 위에 서 있다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회복을 자주 “환경이 좋아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삶이 단번에 정리되고, 마음이 한 번에 가벼워지고, 문제가 즉시 해결되는 것을 기대하지만 하나님의 방법은 다르게 ‘크게’가 아니라, ‘다시’에서 시작됩니다. 다시 예배 ..

80초 명칼럼, '개미들처럼 돌아오라'

이어령 석좌교수(1934-2022) 개미들은 먹이를 찾을 때우왕좌왕동서남북으로 헤매고 다니지요,일정한 목표도 뚜렷한 규칙도 없이그냥 방황합니다. 하지만 일단 먹이를 찾으면곧바로 자기 집으로 돌아옵니다.일직선으로 먹이를 물고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요.방황하다는 것은무언가를 찾고 있다는 것어딘가에 숨어 있을 보물을 발견하려는 열정이지요,그렇지만 그 열정은언제든지 집으로 돌아오는 직선이 있을 때의미가 있는 것이지요. 그리스 말로떠돌아다니는 것을 ‘알레테이아(Aleteia)’라고 하고진리를 찾는 말 역시그 음이 같은 ‘알레테이아(Aletheia)'라고 합니다.'h'자 하나로 방황이 진리가 된다는 것을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방황을 두려워하지 말아요,돌아갈 집이 없음을 걱정하세요.

칼럼 2026.02.05

겨울의 끝자락에서 배우는 신앙

󰋮 The 행복한 생각 2월은 겨울의 끝자락에 있는 달입니다. 눈은 아직 남아 있고, 바람도 매섭지만 어딘가에서 봄은 준비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2월은 ‘전환의 시기’로, 끝나는 것과 시작되는 것 사이, 그것이 우리를 성숙하게 합니다. 사람은 대개 “확실한 때”를 좋아합니다. 분명한 성과, 뚜렷한 변화, 즉각적인 응답이지만, 삶의 대부분은 ‘과정’으로 이루어집니다. 씨앗은 땅속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싹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이전의 ‘보이지 않는 시간’이 쌓여 만들어 낸 결과입니다. 우리의 신앙도 이와 같습니다. 믿음의 성장은 대개 ‘드라마틱한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잘되는 날에도 찬양하고, 안 되는 날에도 말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