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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사람에게

조병화(1921-2003; 대한민국예술인상) 외로운 사람아,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 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나무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한 평생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 내며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내며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우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바람이 대신 울어 준다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미리 근심하지 않는다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2026.01.30

80초 명칼럼, '낙제점을 받은 처칠'

이어령 교수(1934-2022) “내가 바칠 수 있는 것은 피와 노고(勞苦)와 눈물과 땀밖에 없다.“ 누구나 기억하고 있는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의 명연설의 한 대목입니다.이 연설은 영국 국민들에게 용기와 믿음과 희망을 주어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힘이 되었습니다.나중에 미국 케네디 대통령은 이렇게 평을 했지요.“윈스턴 처칠은 영어를 동원하여 전쟁터에 보냈다”라고. 그렇군요.어떤 병사, 어떤 무기의 힘보다도처칠이 동원한 영어의 힘이 더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처칠의 이 연설문을 대학 논술시험을 채점하는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채점해 보았더니낙제점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놀랄 일이 아닙니다.원래 컴퓨터라는 것이 그런 것입니다.유명 가수들이 자기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고 채점표..

칼럼 2026.01.28

새로움이 벌써 빛이 바래고 있는 것 아닌지

󰋮 The 행복한 생각 새해가 시작될 때 우리는 ‘새로움’이라는 단어를 쉽게 믿습니다. 달력이 바뀌면 마음도 바뀔 것 같고, 숫자가 바뀌면 삶도 바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계획을 적고, “이번에는 꼭”이라는 문장을 여러 번 되뇝니다. 그런데 1월을 지나며 ‘새로움이 빛이 바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합니다. 이 현상은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새로움은 언제나 “시간”과 부딪힙니다. 처음에는 결심이 있고 도전이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결심과 도전은 무뎌져 흘러가므로 새로움의 적은 반복되는 일상입니다. 그러기에 우리의 질문은 “왜 나는 벌써 식었을까?”가 아닙니다.어떻게 하면 새로운 ‘감정’이 아닌 ‘질서’로 만들 수 있을까?로 바뀌어야 합니다. 마음이 뜨거울 때는 누구나 달릴 수 있겠지만, 마음..

어른도 아이에게 배울게 있지 1

- 신호등 보고 걷기 유소솔 아빠와 딸이2차선 교차로 앞에 섰다.빨강 신호등인데, 차가 하나도 안 보인다. 아빠가 여기저기 살피더니“단비야, 차도 안 오는데 바쁘니 얼른 건너가자“아빠가 도로로 뛰어들었다. - 아빠, 빨강불이잖아요? “차도 안 오는데 얼른 건너면 되잖아“- 빨강 불 신호 때는 건너가지 말라고 배웠어요. 그러자 길을 반쯤 건너던 아빠휙 돌아서 아이에게로 그냥 뛰어왔다. “맞아. 아무리 바빠도 배운 대로 살아야지. 우리 단비가 아빠보다 낫구나!“

동시 2026.01.19

겨울에도 신앙의 뿌리는 자라고 있습니다

󰋮 The 행복한 생각 겨울은 세상을 단순하게 만듭니다. 색이 빠지고, 소리가 줄고, 움직임이 느려집니다. 해는 일찍 기울고 바람은 매서워지고, 사람은 자연스럽게 주머니 속으로 손을 숨깁니다. 겨울은 모든 것을 멈추게 하는 계절 같아 자연스럽게 집 안으로, 그리고 자기 마음 안으로 더 깊이 들어가면서 우리에게 “버티는 시간”으로 느껴집니다. 우리는 종종 겨울 같은 시기를 지납니다. 관계가 차가워지고, 일의 열매가 더뎌지고, 기도는 허공에 흩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겨울은 생명이 사라진 계절이 아니라, 생명이 땅속에서 방향을 바꾸는 계절입니다. 겉으로는 멈춘 것 같지만, 안에서는 다른 방식의 준비가 진행됩니다. 나무는 잎을 내려놓고, 뿌리는 더 깊어져 겨울은 포기가 아니라 정리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