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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

피천득(1910-2007, 서울대 교수 역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에 흙이 된다할지라도 이 순간 내가 제2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러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쩌지 못할 사실이다.

2024.02.20

예수의 고난과 사랑을 체험하는 사순절

󰋮 The 행복한 생각 󰋮 지난 2월 14일(수)부터 올해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가톨릭 문화권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일주일 동안 ‘카니발’(carnival)이 열립니다. 카니발은 이탈리아어로 ‘고기’를 뜻하는 ‘carne’와 ‘없애다’ 또는 ‘멀리하다’란 ‘leva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서 ‘고기여, 안녕!’하는 말입니다. 금식하고 경건하게 지내는 사순절이 시작되면 고기도 못 먹고 즐기지도 못하니까 그 전에 실컷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절기가 사육제 또는 카니발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카니발 없이 곧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당하신 처절한 고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금식, 금욕하면서 부활절 직전까지 경건하게 지내는 40일 기간입니다. 그..

가시나무 새

김소엽 시인(대전대 석좌교수) 아픔을 노래하는 새를 나는 알고 있네 가시에 찔려 내 대신 죽으며 혼신을 다해 영혼을 노래하는 새를 나는 알고 있네 죽어가는 순간 신도 흡족히 미소 지을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남기고 간 가시나무 새여 내 마른 영혼의 가지 끝에 앉아 생명을 바쳐 사랑을 노래한 그 큰 새를 나는 알고 있네 목숨을 잃은 새는 하늘 끝으로 날아가고 그가 남긴 노래는 온 세상을 빛으로 밝히네. ---------------------------------------- 시인은 그가 믿는 예수의 죽음을 전설적인 ‘가시나무 새’로 은유하고 있다. 가시에 찔려 혼신 다해 영혼을 노래하는 가시나무 새처럼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예수의 사랑이 세상을 생명의 빛으로 밝힌다고 노래한다.(소솔)

2024.02.15

천국에서의 쇼핑

김동길 교수(1928~2022) 봄이 오는 길목에 필요한 것들이 많고해서 쇼핑하러나섰어요. 우선 사랑이 절실하여,천국백화점 1층 진열대에 놓여 있는 ‘사랑’을 캇트에 실었지요. 기쁘고 평화롭게 이웃들과 사는 것이 중요해서, 코너에 있는 ‘평화’도 실었어요. 때로는 참지 못할 일도 있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오래 참음’도 하나 올렸어요. 자비를 베풀 일도 있을 것 같고, 착하고 충성되게 살아야 할 것 같아, "자비"와 "양선"과 "충성"도 담았습니다.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사는 것이 좋아 "온유"도 담은 후 아무래도 욕심이 많아 마지막으로 "절제"도 한 묶음 실었죠. 이제는 세상에서 얼마든지 행복하고,넉넉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계산대로 가서 너무 많이 사서 비싸겠다는 걱정하면서, 계산하..

2024.02.13

한 살 더할수록 속사람이 더 성숙하시기를

󰋮 The 행복한 생각 요즘 우리는 민족의 명절인 '설'을 지나고 있습니다. 설을 지나면서 우리는 나이를 한 살씩 더 먹게 됩니다. 세월이 갈수록 먹는다는 말이 ‘내가 나이를 먹어 어떻게 될 것인가’하고 생각합니다. 먹어서 없어지는 것이 있고 먹어서 풍성해지는 것이 있듯, 나이를 먹어 없어지는 사람이 있고, 나이를 먹을수록 그 나이가 생명을 더욱 축적해 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여기 ‘살’이라는 말은 인생살이, 더부살이, 타향살이, 셋방살이할 때 붙이는 삶을 뜻합니다. 그래서 한 살은 하나의 삶이고 두 살은 둘의 삶을 의미합니다. 즉 한 살 한 살의 나이가 인생을 축적하는 단위가 되는 것입니다. ‘먹는다’는 말은 밖에 있는 것이 몸 안에 들어온다는 말로, 내 것으로 소유한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나이를 살로..

무대와 배우

한경직 목사(1902-2000) “온 세계는 한 무대요 모든 인간은 배우들이다. 나갈 때가 있고 들어올 때가 있다” 유명한 극작가 세익스피어의 말이다. 이 무대 위에는 큰 드라마가 연출되는데, 곧 희극과 비극이 엇갈린다. 영웅호걸이 등장하기도 하고 잔인하고 무자비한 악한 자도 나타난다. 한 마디로 인류의 역사는 선과 악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성경에 의하면, 천사장 미가엘과 악마인 사탄의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드라마에는 전 인류가 배우로 참여한다. 잠간 무대에 나타나 크나 작으나 자기의 역할을 한 후 어두운 곳으로 사라진다. 그럼, 이 우주드라마는 영원히 계속될까? 아니다. 반드시 최후의 막이 내릴 때가 온다. 악마의 파멸과 천사장의 승리가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이 각본의 작가가 전능..

칼럼 2024.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