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26

송구영신

정려성(노산 문학상) 제야의 종소리 들으며지나간 한해를 뒤돌아 봅니다 구름처럼 바람처럼흘러간 세월인데하루나 이틀처럼너무나 바쁘게 살아왔습니다 보신각 저녁종소리끊어질 듯 이어져오면원죄와 자범죄로얼룩진 영혼들이한두 줄 말씀이 그리워두 무릎을 조용히 꿇여봅니다 한해를 보내고 나면또 한해가 다시 오듯파란 등 빨간 등불이골목마다 명멸하고사랑의 씨줄이 되고소망은 날줄이 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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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허영자(1984년 월탄문학상) 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묵은 편지의 답장을 쓰고빚진 이자까지 갚음을 해야 하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나 운명의 굴레를 벗어나진 못하였으니이른 아침 마당을 쓸 듯이아픈 싸리비 자욱을 남겨야 하리. 주름이 잡히는 세월의 이마그 늙은 슬픔 위에간호사의 소복 같은 흰 눈은 내려라섣달 그믐이 가기 전에....

2024.12.30

감사와 소망으로 한해 매듭짓기

󰋮 The 행복한 생각 󰋮  푸른 잎을 유지하기에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는 대나무는 겨울을 대표하는 나무입니다. 대나무 줄기는 그렇게 굵지 않고 호리호리한 모습이며 그 속은 텅 빈 상태로 뻗어 있습니다. 또한 대나무의 밑동을 파보면 다른 나무에 비해 깊지도 않습니다. 대나무는 거센 날씨와 비바람에 쉽게 꺾일 것 같지만, 실제로 어떻습니까?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거센 바람과 폭우에 흔들릴지언정 부러지지 않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대나무가 강한 이유는 다른 나무와는 달리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매듭을 지을 줄 알기 때문입니다. 비록 속은 텅 비어 있을지라도 일정한 간격을 두고 생기는 매듭이 매서운 환경 속에서도 대나무를 강하게 만드는 비결이 되었습니다.대나무의 매듭을 보면서 우리에게도 대나무와..

바람과 햇살과 나

시바다 도요(일본 100세 시인)  바람이유리문을 두드려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셋이서 수다를 떠네. - 할머니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편히 가지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오후-----------------------------------------------------------'시바다 도요' 시인은 100세(2014)에 시집을 출판, 100부 팔린 베스트셀러가 된 작가였다.지금은 생사를 모르지만 늘 긍적적인 생각으로 시를 창작하는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다.(소솔)

2024.12.27

크리스마스와 우리 집

김현승(1913-1975, 숭실대교수 역임) 동청冬靑 가지에까마귀 열매가 달리는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삼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웃는 우리 집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베들레헴 어느 곳에서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예수님은 나신다.

2024.12.25

축제의 노래

박이도(시인, 경희대 교수 역임) 호롱불 내어 걸고성탄송을 맞이하던그 새벽어둠의 깊이를 재듯내 마음을 맑히는눈이 내리고 뜬눈으로 기다린천사들이 모여와내 뜨락에 서서노래 부른다 발자국 소리도 기침소리도어둠 속에 묻히고 오직, 성탄의 기쁨축제의 노래가하늘에서 내린다내 마음을 적시는... -------------------------------------------------------------------------------------광복 이전 평북 선천에 있는 시골교회에서 유년주일학교 시절에 겪은 성탄절을 회상하며 쓴 성탄 시이다. 그는 광복 이듬해에 공산주의의 학정을 피해 가족이 소련군이 지키는 38선을 넘어 와 1962년 시인으로 등단한 교수시인이다.(소솔)

2024.12.24

하늘의 기도

엄원용(인사동문협 회장 역임) 오늘도 하나님께 기도드린다아무 응답이 없으시다. 내 기도소리가 안 들리시냐고 물으니안 들리는 것이 아니라 안 듣는다고 그러신다. 세상적인 기도가 아니라하늘의 기도를 드리라고 하신다. 하늘의 기도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으니남을 사랑하고 용서하는 것이라고 그러신다.그러면 사랑의 기도가 저절로 나온다고 하신다.

2024.12.23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

󰋮 The 행복한 생각 󰋮  메리 크리스마스! 우리 주님의 오심을 축하합니다. 우리는 성탄을 축하하는 일이 이 말 한마디로 족하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아직 많이 있습니다.  캐나다의 한 일간지가 성탄절을 지내면 위험하다는 나라들을 소개했는데요.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성탄절을 축하하면 추방을 당하게 되어있습니다. 수단의 무슬림 지역에서는 성탄절 선물을 사러 가는 것조차 경찰의 검문으로 체포되는 일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나라들이야 아직도 기독교를 박해하는 문화니까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런데 기독교문화의 중심지라는 영국과 미국에서도 가끔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1998년 영국의 어느 시 위원회가 크리스마스를 ‘윈터벌’(Winterval)로 바꾸자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는데, 윈..

노을

이영도(1916-1976) 먼 첨탑이 타네내 가슴 절벽에도 돌아앉은 인정人情 위에 뜨겁던 임의 그 피 회한은어진 깨달음인가 ‘골고다’로 젖는 노을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시인은 크리스천으로 청마의 사랑 시를 받을 때마다 가슴에서 일어나는 사랑의 파고를 가라앉히느라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고군분투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가 십자가를 지신 ‘골고다’의 노을을 연상하면서 고난에 참여하는 극기의 시를 쓴 것이다.(소솔)

시조 2024.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