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수천(시인, 아동문학가) 12월엔 기차를 타자 Ktx나 새마을호 말고 이왕이면 무궁화호를 타자 눈이 내리면 더욱 좋겠지 뽀얀 눈발 사이로 보이는 산천은 얼마나 멋질까 띄엄띄엄 나타나는 농가의 풍경은 또 얼마나 정겨울까 낯익은 정거장도 한둘쯤은 만날 수 있을지 몰라 어린 날 뛰놀던 초등학교 운동장도 보일지 몰라 나만 보면 얼굴이 홍시 빛깔이 되던 순이는 지금도 예쁘겠지 그래, 이왕이면 무궁화호를 타자가다가 한 시간쯤 고장으로 멈춰 서도 좋겠지 뽀얀 눈발을 뒤집어 쓴 기차는 참 멋질 거야 그 안에서 먹는 김밥 맛은 어떨까 커피 맛은 또 어떨까 12월엔 기차를 타자 Ktx나 새마을호 말고 이왕이면 무궁화호를 타자 목적지가 없으면 더더욱 좋겠지 그냥 가고 싶은 만큼 가서 아무 역이나 내리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