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돋보기 신현득(92세, 대한민국아동문학상) 내 발가락에가시가 박혔을 때할머니가 돋보기를 내어 끼셨어아프잖게 찬찬히 가시를 빼 주셨지. “우리 손주 저고리에 단추가 떨어졌네”돋보길 끼시고단추도 달아 주셨지. 할머니가 또 언제돋보기를 끼셨나?군대 간 막내 삼촌 편지 왔을 때 돋보기로 읽는편지 첫줄부터할머니 눈가에 눈물이 보였어. 동시 2025.07.02
두 아이 이상현(한국아동문학회 고문) 가랑비 내린다. 두 아이, 우산도 없이비 맞으며 간다. 옷은 모두 젖지만두 아이의 재미난 이야기는비에 젖지 않는다. 웃음소리도 젖지 않는다. 동시 2025.06.28
아카시 꽃향기 조재성(아동문학가) 아카시 꽃 숲에앉아 있으면 향기롭게 풍기는꽃내음 엄마의 젖가슴 내음 한참을 느끼고 있노라면 향기에 취해엄마 품에 안긴 듯 스르르잠이 든다. 동시 2025.06.18
본디 임자들 김종상(한국문협 고문) 악어가 지갑을 가져갔다토끼가 털모자를 가져갔다여우가 목도리를 가져갔다본디는 자기들 것이라 했다. 황소가 구두를 벗겨갔다밍크가 외투를 벗겨 갔다양들이 양복을 벗겨 갔다모두 자기들이 임자라 했다. 다 주고 마지막 남은 것은빨가숭이 알몸뚱이뿐이었다. “이것은 내가 먹여 키웠다.”흙이 통째로 가져갔다. 동시 2025.06.04
간지럼 타는 독도 박성배(1942-2022, 대한민국 문학상) 동해의 물 이불 끝에한반도의 예쁜 발가락이삐져나왔네. 예뻐서 예뻐서파도가 쓰다듬으면꼼지락 꼼지락 간지러워 간지러워한라산이 킥킥지리산이 큭큭백두산도 쿡쿡 누구 발가락인지금방 알겠네. 동시 2025.05.21
봄비는 엄마다 최정심(아동문학작가상) 봄비는엄마 같다 단잠에 빠져있는 씨앗들궁디팡팡 깨우고 뾰쪽이 잎 내민 새싹에게쭈욱쭈욱 젖 물리고 겨우내묵은 가지말끔히 목욕시킨다 봄비는 영락없는우리 엄마다. 동시 2025.05.17
어머니, 그 이름은 김종상(아동문학계 원로) 어머니, 그 이름은두고 온 고향 마을 오솔길 꽃가마에 다홍치마 곱던 사연돌각담 초가삼간 전설담은 등불이네. 어머니, 그 이름은서러운 고향하늘 서낭당 돌무더기원을 실어 탑이 되고억새 숲 영마루에 그리움의 달이 뜨네. 어머니, 내 어머니 이제는 멀어 간 별 한 많은 사연으로높푸른 청자하늘,그리움은 영원의 정 눈물 같은 옛 이야기. 동시 2025.05.08
나무가 바람에게 송계훈(한국아동문학작가상) 나무가바람에게 말합니다. 바람아봄에는 살랑살랑 불어줘우리 고모 노처녀 바람 좀 나게 바람아여름에는 소리 내며 세게 불어 줘김 매는 엄마 가슴이 시원하게 바람아가을에는 쓸쓸하게 불어 줘시인의 주머니에 넣고 다니게 바람아겨울에는 불지 말고 쉬고 있어난, 춥단 말이야. 동시 2025.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