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동시조 9

택배로 온 개미

- 유소솔 시골 삼촌 보내주신 택배 짐 풀었더니 잘 익은 붉은 사과들 환히 웃고 반기네. 오느라 며칠 동안에 무척 어두웠나보다. 그런데 사과 사이에 허둥대는 개미 하나 먹이 찾다 그만 갇혀 서울까지 왔나본데 어쩌나 먼 길 천릿길 새끼들 기다릴 텐데 재빠른 개미 달래서 유리병 들게 하고 답례의 배 상자에 개미 풀어서 넣고 외삼촌 함께 살라고 고향으로 보냈지. -----------------------------------------

시조/동시조 2023.02.13 (25)

민들레 홑씨

잡풀들 사이에서 우뚝 선 민들레 홑씨 개구쟁이 아이들 얼른 가서 훅훅 부니 씨앗들 흰 날개 펴며 하늘 높이 날지요. 세상에 이보다 멀리 번지는 씨 있을까 가냘픈 하얀 씨앗들 낙하산 타고 훨훨 입으로 불어만 줘도 멀리 가서 피는 꽃 우리 집은 저 건너 아파트 1층인데 그곳으로 날아와 화단에 살포시 앉으면 얼마나 참 좋을까요 내가 늘 키울 텐데.

시조/동시조 2021.06.17

하늘이 심은 꽃

사람이 심은 꽃은 크고 화려하지만 하늘이 심은 꽃은 작고 더 귀엽지요 버린 땅 어느 곳에도 쑥쑥쑥 자라나지요. 사람이 가꾸는 꽃, 며칠 한 번 물주지만 하늘이 가꾸는 꽃, 비 이슬로 자라지요 혼자서 외로울까봐 여럿이 함께 자라지요. 사람이 좋아하는 꽃, 향기 있어야하듯 하늘이 좋아하는 꽃, 진한 향기나지요. 풀꽃이 뿜는 향기는 세상을 맑게 하지요.

시조/동시조 2021.04.15

초 겨울 허수아비

두 팔 벌리고 들에 서 있는 허수아비 곡식 다 거뒀으니 집에서 쉬지를 않고 초 겨울 들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네. 여름에는 아이들 입은 헌옷이지만 단정하게 입고서 멋진 모자도 쓰고 새들을 두 팔로 막아 교통정리 했는데 몇 번 한 눈 팔다가 새에게 알곡 먹힌 일 그 벌을 받고 있는지, 그래도 안쓰러워 헌 이불 가지고 와서 덮어주면, 안될까?

시조/동시조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