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로 온 개미 - 유소솔 시골 삼촌 보내주신 택배 짐 풀었더니 잘 익은 붉은 사과들 환히 웃고 반기네. 오느라 며칠 동안에 무척 어두웠나보다. 그런데 사과 사이에 허둥대는 개미 하나 먹이 찾다 그만 갇혀 서울까지 왔나본데 어쩌나 먼 길 천릿길 새끼들 기다릴 텐데 재빠른 개미 달래서 유리병 들게 하고 답례의 배 상자에 개미 풀어서 넣고 외삼촌 함께 살라고 고향으로 보냈지. ----------------------------------------- 시조/동시조 2023.02.13
민들레 홑씨 잡풀들 사이에서 우뚝 선 민들레 홑씨 개구쟁이 아이들 얼른 가서 훅훅 부니 씨앗들 흰 날개 펴며 하늘 높이 날지요. 세상에 이보다 멀리 번지는 씨 있을까 가냘픈 하얀 씨앗들 낙하산 타고 훨훨 입으로 불어만 줘도 멀리 가서 피는 꽃 우리 집은 저 건너 아파트 1층인데 그곳으로 날아와 화단에 살포시 앉으면 얼마나 참 좋을까요 내가 늘 키울 텐데. 시조/동시조 2021.06.17
밀물과 썰물 2 바닷가에 밀물이 점점 가득 차오면 고기잡이 배들이 떠나고 또 들어오고 우리는 낚시를 던져 고기 잡이 좋아요. 갑자기 밀물이 변해 썰물 되어 나가면 긴 모래밭 해수욕장 사람들 모여 놀고 우리는 큰 뻘밭에서 깜둥이가 되지요. 밀물만 있고 썰물이 없다면, 어떨까? 썰물만 있고 밀물이 없다면, 어떨까? 하나님 놀라운 솜씨 밀물 썰물 만만세. 시조/동시조 2021.06.03
하늘이 심은 꽃 사람이 심은 꽃은 크고 화려하지만 하늘이 심은 꽃은 작고 더 귀엽지요 버린 땅 어느 곳에도 쑥쑥쑥 자라나지요. 사람이 가꾸는 꽃, 며칠 한 번 물주지만 하늘이 가꾸는 꽃, 비 이슬로 자라지요 혼자서 외로울까봐 여럿이 함께 자라지요. 사람이 좋아하는 꽃, 향기 있어야하듯 하늘이 좋아하는 꽃, 진한 향기나지요. 풀꽃이 뿜는 향기는 세상을 맑게 하지요. 시조/동시조 2021.04.15
장터 가는 길 - 예전에는 물건들 우차에 싣고 팔 송아지 앞세우고 오일장 서둘러 가는 시골 사는 사람들 덜커덩! 쇠바퀴 소리 고달픈 삶이었네. - 오늘에는 농산물 버스에 싣고 송아지 트럭에 싣고 오일장 느긋이 가는 시골 사는 사람들 부르릉! 차 기름 냄새 어지러운 삶이네. - 계간 아동문학세상(2007. 겨울) 시조/동시조 2021.04.13
고양이 - 엄기원 동시 ‘고양이’ 패러디 아이고, 무서워라 모습도 그 눈동자도 몸만 작다 뿐이지 호랑이 새끼 아닌가 그런데 어흥! 아니라 야옹이 우는 소리. 아이고, 우서워라 야옹이의 재롱이 뜨개질 실타래를 이리저리 굴리다가 제 몸이 실타래에 묶여 살려달라 야옹, 야옹. 시조/동시조 2021.04.04
밀물과 썰물 1 하루에도 몇 번씩 커다란 바닷물은 모래밭 채우기도 텅텅 비우기도 한다. 누굴까 규칙적으로 저리 일하시는 분이. 사람들은 자연의 힘이라 하기도 하고 과학자는 달의 힘이라고 주장하는데 누굴까 자연도 달도 저리 지으신 분이. 시조/동시조 2021.03.19
꿈쟁이 아이 2 민들레 홑씨 보면 얼른 가서 훅 불고 싶고 둥그런 것을 보면 재빨리 가서 차고 싶다 왜 나는 하고 싶은 것 이렇게도 많을까. 참 좋은 선생님 보니 커서 여선생 되고 싶고 멋진 캡 쓴 언니 보니 커서 간호사 되고 싶다. 왜 나는 되고 싶은 것 그렇게도 많을까. 시조/동시조 2021.02.26
초 겨울 허수아비 두 팔 벌리고 들에 서 있는 허수아비 곡식 다 거뒀으니 집에서 쉬지를 않고 초 겨울 들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네. 여름에는 아이들 입은 헌옷이지만 단정하게 입고서 멋진 모자도 쓰고 새들을 두 팔로 막아 교통정리 했는데 몇 번 한 눈 팔다가 새에게 알곡 먹힌 일 그 벌을 받고 있는지, 그래도 안쓰러워 헌 이불 가지고 와서 덮어주면, 안될까? 시조/동시조 2021.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