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완 19

가을 레슨

채희문(녹색문학상)  가을이면 나무들은 그림을 그리는가. 빨강, 노랑, 다갈색...... 조화로다, 조화로다 황홀한 색감의 조화여  가을이면 나무들은 시를 쓰는가. 소슬바람에 한 잎, 두 잎 스스로를 하나 둘 떨구어 가며 가는 세월의 시를 쓰는가.  가을이면 산과 들은 시화전을 하는가. 보이지 않는 손길의 붓과 물감과 글씨로 그림과 시를 이루곤 우리의 가슴까지 캔버스로 만드는 감동적인 예술가가 되는가.  그래서 우리는 가을이 다가도록 가득한 느낌의 시간에 젖어 살다가 겨울바람이 오는 길목에서 가슴 설레며 울먹이는 마지막 수업의 학생이 되는가.

2024.11.26

일상에서 발견하는 기적의 삶

󰋮 The 행복한 생각 󰋮  어느 원로목사님의 고백입니다.지금까지의 오랜 결혼생활 동안 아내가 차려준 식사는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그중에 도무지 잊혀지지 않는 음식들은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끼니들이 지금까지 내 생명을 지탱해 줬습니다. 살다 보면 기억에 두고두고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개학 첫날 두려움 반 기대 반으로 새 교실의 문을 살며시 열던 때라든지, 사랑했던 사람과 헤어져 종일 울기만 하던 시절이라든지, 아이가 태어나 처음 얼굴을 마주했던 순간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나’라는 사람을 다듬고 빚어온 재료는 우리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평범한 일상과 소소한 순간들일지도 모릅니다. 우린 무언가 특별하고 새로운 일들이 일어날 것을 기대합니다.그..

가을의 편지

이해경(시인) 고운 손길 가득히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쓰지 못한사랑의 말들이 새겨져 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풀지 못한사랑의 숙제가 새겨져 있다. 울다 지친 마른 울음을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주지 못한사랑의 선물이 새겨져 있다. 발길 닿는 곳에 쏟아내는가을의 낙엽 속에어제 다 가지 못한사랑의 길이 새겨져 있다.

2024.11.20

늦가을 내장산

유소솔 단풍으로 덮여 있는 하늘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정말? 나도 예쁜 거야?”“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자주 여기 올 테야.“ 왜, 예뻐지고 싶어서?”-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그 말에 잠깐 샐쭉해진 나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그래?”-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그래?-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정말?”“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좋아. 자 약속! 우리는 길을 가다가오른 손을 마주 잡고엄지손가락 서로..

동화시 2024.11.19

이런 사람 되고 싶다

최정순(한국아동문학작가상) 공부 잘 하는 것도 좋지만친구와 어울려 지내는마음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달리기 일등 하는 것도 좋지만최선을 다해 뛰어 골인하는용기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이 잘 되는 것 흉 보는 것보다‘잘 했다’ 칭찬의 말아끼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형제간에 싸움보다“형 먼저, 아우 먼저”서로 양보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시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