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늦가을 내장산

유소솔 2024. 11. 19. 00:16

 

 

                                                           유소솔

단풍으로 덮여 있는 하늘

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 정말? 나도 예쁜 거야?”

“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자주 여기 올 테야.

“ 왜, 예뻐지고 싶어서?”

-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그 말에 잠깐 샐쭉해진 나

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 그래?”

-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 그래?

-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 정말?”

“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 좋아. 자 약속!

 

우리는 길을 가다가

오른 손을 마주 잡고

엄지손가락 서로 꾹꾹 누르며 웃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그날따라 더 환하고 더 예뻤다.

 

단풍 숲길은

모두를 예쁘게 하는

모두를 착하게 하는

정말 멋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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