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봄맞이 꽃 여왕

유소솔 2022. 3. 28. 00:04

 

왕자 곧 오신다기에

들이 서로 먼저 맞으려고

피우기 경쟁을 했다.

 

개나리가 을 바쁘게 틔웠다.

진달래가 을 열심히 키웠다.

벚꽃이 을 부지런히 키웠다.

 

그런데 어느 새

목련화을 먼저 피웠다.

 

봄 왕자가 너무 보고 싶어 

순 키우고, 싹 틔우자마자

잎보다 먼저 을 피웠으니

 

이것을 본 들이

시샘으로 아우성이다.

 

-목련화는 불법이다.

-잎 없이 피우는 건 안된다.

-잎 없이 피는 건 이 아니다.

 

목련화는 환한 미소 지으며

눈보다 흰 몸을 드러내고

수줍은 소녀처럼 우아하게 서 있다.

 

마침내

봄바람의 안내로 찾아 온

하늘 의 아들 왕자

 

환한 미소 수줍은 듯 맞아주는

, 목련화의 뺨에

가볍게 입 맞추고

 

머리에 하얀 꽃관

살풋!

얹어주면서 하는 말씀

 

-모든 나무들이

 움으로, 싹으로, 잎으로

 나를 환영한 것 고맙구나.

 

그런데 목련화

누구보다 나를 사랑하기에

잎보다 먼저 피워 날 반기려는 

마음 너무 기특해, 이 꽃관을 주노라.

 

그 순간

옆 나무에 앉아 지켜보던

들이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짹짹 짹짹 짹짹....

참새들이 박수치듯 노래 부르고

 

-카악 카악 카악...

까치들이 즐겁게 노래 부르고

 

-까르르 까르르...

탁한 목소리 까마귀도 힘껏 축하했다.

 

그런데도 나무들은

시샘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

입을 꼭 꼭 다물고 축하 노래 하나 없자

 

갑자기 하늘의 가 

나무들에게 더운 입김

확! 불어 넣었다.

 

싹이 자란 가지마다 들이 피고

잎이 자란 가지마다 봉오리 생겨

들이 여기저기 예쁘게 웃기 시작하고

세상은 금방 알록달록한 꽃동산이 되었다.

 

사람들은 이런 사정을 모르고 말했다.

“올해는 더위가 너무 빨라서

 봄꽃들이 모두 함께 화르르 폈다“ 고.

                              -(소솔 제2동시집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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