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늦가을 내장산

유소솔 2021. 11. 11. 00:03

 

 

 

단풍으로 덮인 하늘

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

붉은 빛 잠바가 많아

늦가을 내장산은 더욱 붉은 빛이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 정말? 나도 예쁜 거야?”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해마다 여기 올 테야.

“ 왜, 예뻐지고 싶어서?”

-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잠깐 샐쭉해진 나

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그래?”

-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그래?

-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정말?”

-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 좋아. 자 약속!”

 

우리는 길을 가다가

오른 손을 마주 잡고

엄지손가락 서로 꾹꾹 누르며 웃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그날따라 더 환하고 더 예뻤다.

 

단풍 숲길은

모두를 예쁘게 하는

모두를 착하게 하는 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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