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으로 덮인 하늘
단풍길 긴 터널이 온통 붉다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
붉은 빛 잠바가 많아
늦가을 내장산은 더욱 붉은 빛이다.
손잡고 걸어가는
엄마 얼굴이 아주 곱다.
- 엄마, 아주 예쁘다.
“ 그래? 너도 아주 예쁜데 뭘?”
- 정말? 나도 예쁜 거야?”
“ 단풍 빛을 받으면 모두 예쁘지.”
기분이 좋아진 나는
싱글벙글 웃으며 숲길을 간다.
- 엄마, 나 해마다 여기 올 테야.
“ 왜, 예뻐지고 싶어서?”
- 얼굴이 예쁘면 얼마나 좋아?
“ 얼굴만 예쁘면 뭘 해, 마음도 예뻐야지.”
잠깐 샐쭉해진 나
그러다 무슨 생각이 불쑥 났다.
- 엄마, 나 이제부터 심술 안 부릴 거야.
“그래?”
- 옷 투정도 안 할 거야
“그래?
- 먹거리 투정도 안 할 거야“
“정말?”
- 그럼, 해마다 여기 데려 올 거지?”
“ 좋아. 자 약속!”
우리는 길을 가다가
오른 손을 마주 잡고
엄지손가락 서로 꾹꾹 누르며 웃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그날따라 더 환하고 더 예뻤다.
단풍 숲길은
모두를 예쁘게 하는
모두를 착하게 하는 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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