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승(1913-1975, 숭실대교수 역임)
동청冬靑 가지에
까마귀 열매가 달리는
빈 초겨울 저녁이 오면
호롱불을 켜는 우리 집
들에 계시던 거친 손의 아버지
그림자와 함께 돌아오시는
마을 밖의 우리 집
은 접시와
삼층으로 오르는 계단은 없어도
웃는 우리 집
모여 웃는 우리 집.
소와 말과
그처럼 착하고 둔한 이웃들과
함께 사는 우리 집
우리 집과 같은
베들레헴 어느 곳에서
우리 집과 같이 가난한
마음과 마음의 따스한 꼴 위에서
예수님은 나셨다.
예수님은 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