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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길

윤동주(1917-1945)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 1938년 작---------------------------------------------------------------------------------그는 날마다 똑 같은 길을 가고 있다. 나이 21세 때 간도 땅 고향에서의 길이었지만, 마음은언제나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날마다 새로운 꿈을 찾아가는 길로 여겼기 때문이다.(소솔)

2025.01.31

눈 내리는 날은

고 훈(1946-2024, 광나루문학상) 눈 내리는 날은언제나 셀레임으로가슴이 뛴다. 어머니의 포근한 마음이대지를 품고헐벗은 가난한 유년도결코 춥지 않았다. 사람아있어서 좋은가없어도 좋다우리가 서로에게 청결할 수 있다면 오늘 이 눈길은다시 걸을 수 없는 마지막 길남은 우리 삶의 처음 길이다. 눈 내리는 날은언제나 설레임으로가슴이 뛴다.-------------------------------------------------------------------------고훈 목사는 안산제일교회 원로목사로 시집과 칼럼집 등 10여권을 남겼다. 그는 이 시를 작년 11월 첫눈이온 후 발표했는데, '오늘 이 눈길은 마지막 길'이라더니, 12월28일에 78세로 소천하셨다.(소솔)

2025.01.28

떠나왔기에 늘 그리운 고향

󰋮 The 행복한 생각  이번 주간에 우리 민족의 명절인 설이 있습니다. 명절이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고향 입니다.사회학자들은 사람이 고향을 그리워할 수밖에 없는 세 가지 본능이 우리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첫 번째가 귀소본능인데, 이를 회귀본능이라고도 합니다.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다 산란기가 되면 수만리 강줄기를 따라서 막 거슬러서 올라가는 연어에게만 귀소본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이 그리워지고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은 본능입니다. 두번째가 안식본능인데, 이제는 좀 쉬고 쉽다는 것이지요. 이제는 좀 고단한 삶을 정리하고 쉬고 싶다는 그런 생각이 드는 데, 이럴 때면 고향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누구에게나 이런 막연한 간절함이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어머니의 언더라인

박목월(1916-1978,대한민국문예상) 유품으로는 그 것 뿐이다.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우리 어머니의 성경책,가난과 인내와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파주의 잔디를 덮고 잠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이 세상에 남기신어머니의 유품은 그 것 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어머니가 그으신 붉은 언더라인은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오늘은 이순(耳順)의 아들을 깨우치고당신을 통하여 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동양의 깊은 달밤에더듬거리며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내 안에 울리는어머니의 기도소리.------------------------------------------유명한 시인이지만 무신론자인 박목월은 신..

2025.01.21

새사람으로 출발하는 1월

The 행복한 생각 󰋮  벌써 새해도 3주가 지나가는데, 1월은 영어로 “재뉴어리(January)”입니다. 이 말은 로마의 신화 ‘야누스(Janus)’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야누스 신’은 하나의 머리에 두 개의 얼굴을 가졌는데,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해 눈을 부릅뜨고 있습니다. 이 두 얼굴 중 한 쪽은 뭉둥이를 상징하고, 다른 쪽 얼굴은 열쇠를 상징합니다. 그러니까 1월은 ‘묵은해를 몽둥이’로 쫒아버리고, 새해는 ‘열쇠로 여는 달’이라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처럼 “재뉴어리(January)”의 교훈을 통해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며 새로운 해를 맞아야 합니다.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재치가 있지만, 과거를 청산하는 자는 지혜롭고 용기 있는 사람입니다. 아픈 과거, 잘못된 과거, 안 좋은 기억은 빨리 털어버리고..

겨울날의 희망

박노해(제1회 노동문학상)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 빛나는 날들이 좋다면우리 겨울밤들을 가질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솟아나는 것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2025.01.16

선물

나태주(풀꽃문학관장) 나에게 이 세상은 하루하루가 선물입니다.아침에 일어나 만나는 밝은 햇빛이며 새소리,맑은 바람이 우선 선물입니다. 문득 푸르른 산 하나 마주했다면 그것도 선물이고서럽게 서럽게 뱀 꼬리를 흔들며 사라지는강물을 보았다면 그 또한 선물입니다. 한낮의 햇살 받아 손바닥 뒤집는잎사귀 넓은 키 큰 나무들도 선물이고길 가다 발밑에 깔린 이름 없어 가여운풀꽃들 하나하나도 선물입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지구가 나에게 가장 큰 선물이고지구에 와서 만난 당신당신이 우선적으로 가장 좋으신 선물입니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번진다 해도 부디마음 아파하거나 너무 섭하게 생각지 마세요 나도 또한 이제는 당신에게좋은 선물이었으면 합니다.

2025.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