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1916-1978,대한민국문예상)
유품으로는 그 것 뿐이다.
붉은 언더라인이 그어진
우리 어머니의 성경책,
가난과 인내와
기도로 일생을 보내신 어머니는
파주의 잔디를 덮고 잠드셨다.
오늘은 가배절(嘉俳節)
흐르는 달빛에 산천이 젖었는데
이 세상에 남기신
어머니의 유품은 그 것 뿐이다.
가죽으로 장정된
모서리마다 헐어버린 말씀의 책
어머니가 그으신 붉은 언더라인은
당신의 신앙을 위한 것이지만
오늘은 이순(耳順)의 아들을 깨우치고
당신을 통하여 지고하신 분을 뵙게 한다.
동양의 깊은 달밤에
더듬거리며 읽는 어머니의 붉은 언더라인
당신의 신앙이 지팡이가 되어
더듬거리며 따라가는 길에
내 안에 울리는
어머니의 기도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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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시인이지만 무신론자인 박목월은 신앙심이 깊은 어머니의 기도와 유품인 성경책을 보고
마침내 감동을 받아 하나님을 믿게 되고 교회 장로님까지 되었다가 하늘나라로 갔다.(소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