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천학(영랑시문학상)
또
새롭게 하소서
지금까지 입던 옷 그대로
지금까지 살던 집 그대로
지금까지 쓰던 물건 그대로 쓰고
지금까지 만나던 사람 그대로 만나며
다만 정갈하게
그 모든 것이
축복이며, 감사함을 알게 하소서
세상 어디
시작 없이 끝이 있었던가
태어나지 않은 죽음 없듯이
젊음을 건너뛰어 늙을 수 없음을
젊은이는 푸르되 들뜨지 않게
젊지 않은 나이에 순종하며
늙되, 낡지 않게
있던 그 자리가 새로운 시작임을
눈뜨게 하소서
그리하여
그 모든 것이
기적임을 알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