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 17

부활이 있기에 오늘을 살고 죽음 이긴다

󰋮 The 행복한 생각 󰋮 스페인 국기에는 두 개의 기둥이 있고 그 기둥에 띠가 걸쳐 있습니다. 그런데 그 띠 안에 라틴어로 ‘블루스 울트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1492년까지 스페인령으로 통치하던 시절, 지브랄탈 해역에는 “네어 블루스 울트라”라는 라틴어로 된 세 글자 표지판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영어로 번역하면 ‘노 모어 비욘드’(NO MORE BEYOND). 그러니까 ‘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뜻입니다. 그 당시 스페인 사람들과 유럽의 사람들은 바로 그곳이 지구의 끝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1492년에 한 사람이 이 지구의 끝을 용감하게 넘어간 후, 그는 돌아왔습니다. 그는 지구의 끝, 참담한 벼랑만이 기다리고 있었던 지구의 끝을 넘어서서 미지의 새로운 대 륙인 아메리카라는 미 대륙이,..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 유소솔 그 어느 해던가 교회에서 단체로 본 ‘Passion of Christ'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이란 영화. 예수님이 가시관 쓰고 피 흘리는 얼굴, 로마군인들의 사나운 채찍에 맞아 온 몸이 찢어져 핏자국으로 낭자할 때 “아이고, 아이고--” 어느 老 권사가 갑자기 통곡을 하고 남자들의 눈에는 눈물이 번뜩이고 여자들은 손수건에 눈물을 연신 닦고 있을 때 근엄한 담임목사의 얼굴에는 두 줄기의 눈물이 소리 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젊었을 때 어느 부흥회에서 흘렸던 눈물! 40년 만에 그 눈물을 다시 찾은 老 목사님. 잃어버린 한 영혼보다 학위, 명예, 감투 쫒아 동분서주했던 나날들... 조용히 회개하고 있을 때 매 마른 대지에 단비 내리듯 老 목사님의 심령에 은혜가 촉촉이 내려 심령이 소생하고 있었다..

2024.03.29

십자가

윤동주(1917-1945)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은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가 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꽃처럼 피어나는 피를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년 작

2024.03.27

기도하게 하소서

유소솔 기도는 언어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때 묻은 욕망이 깃든 언어는 기도가 아니다. 기도는 자기 포기抛棄, 자기 해체解體의 선언이다. 거짓된 언어 오염된 탐욕들을 몽땅 불살라버리고 진리의 빛 속에서 참되게 타오르는 기도는 겟세마네에서 피땀 흘리며 드린 예수 그리스도의 기도 “나의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시옵소서.“ 자기 비움의 기도와 스스로 십자가 지는 삶이 없다면 아직 기도를 모르는 철부지일 뿐이다. 고난주간이 시작되는 첫날 주여, 기도를 가르쳐 주소서.

2024.03.25

마음 1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내가 살아가는 것은 하늘의 빚을 갚는 일입니다. 하늘은 내게 이 세상에서 살 만큼의 빚을 빌려 주었습니다. 나는 70년 동안 열심히 빛을 만들어 하늘의 빚을 갚는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하늘은 목숨을 태워서 만드는 빛만을 받는다고 합니다. 가족들을 위해 나를 태워 만든 빚이 하늘의 통장에 얼마나 입금되었을까요. 시를 빚는 일은 빚을 갚는 일이라는 믿음이 내 마지막 양심입니다. 작은 별빛만큼이라도 빚을 갚기 위해 밤잠을 못 이룹니다. 기도할 때면 하늘의 빚 독촉 소리가 들립니다. 거짓을 모르는 내 마음이 고맙습니다. ----------------------------------------------------- 시를 빚는 삶은 하늘로부터 주어진 빚을 갚는 일이라고 한다. 하늘의..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2

이어령 교수(1934-2022) 하나님, 이 찬란한 빛과 아름다운 풍경. 생명이 넘쳐나는 이 세상 모든 것을 당신께서 만드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왜 당신의 딸 敏娥에게 그 빛을 거두려 하십니까. 기적을 내려달라고 기도드리지 않겠나이다. 우리가 살아서 하늘의 별 地上의 꽃을 보는 것이 그리고 사람의 가슴에서 사랑을 보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매일 매일 우리는 당신께서 내려주시는 기적 속에서 삽니다. 그러니 당신께서 주신 그 기적들을 거두어 가지 마시기를 진실로 기도합니다. 만약. 敏娥가 어제 본 것을 내일 볼 수 있고 오늘 본 내 얼굴을 내일 또 볼 수만 있게 해주신다면 저의 남은 生을 주님께 바치겠나이다. 아주 작은 힘이지만 제가 가진 것이라고는 글을 쓰는 것과 말하는 천한 능력이오니 ..

2024.03.19

성숙과 익어가는 아픔

󰋮 The 행복한 생각 󰋮 복효근 시인의 라는 시에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란 구절이 있습니다. 상처에서 꽃향기를 맡는 시인의 깊이를 보며, 과거 기억을 보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순간을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 넣어선 안 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 증언을 사람들과 나누며 공동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인격과 신앙은 숙성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곧 좋아질 거야’ 하고 위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그 고통의 터널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서 손잡아 주고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숙성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썩어간다는 것으..

어느 무신론자의 기도 1

이어령 교수(1934~ 2022) 하나님, 나는 당신의 제단에 꽃 한 송이 촛불 하나도 올린 적이 없으니 날 기억하지 못하실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 모든 사람이 잠든 깊은 밤에는 당신의 낮은 숨소리를 듣습니다. 그리고 너무 적적할 때 아주 가끔 당신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기도 합니다. 사람은 별을 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들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별 사탕이나 혹은 풍선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렇게 높이 날아갈 수 없습니다. 너무 얇아서 작은 바람에도 찢기고 마는 까닭입니다. 바람개비를 만들 수는 있어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습니다. 보셨지요. 하나님, 바람이 불 때를 기다리다가 풍선을 손에 든 채 잠든 유원지의 아이들 말입니다. 어떻게 저 많은 별들을 만드셨습니까? 하나님, 그리고 ..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