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유소솔 2024. 3. 27. 00:02

 

 

                                     윤동주(1917-1945)

 

쫓아오는 햇빛인데

지금 교회당 꼭대기

십자가에 걸리었습니다.

 

첨탑이 저렇게도 높은데

어떻게 올라갈 수 있을까요.

 

종소리도 들려오지 않은데

휘파람이나 불며 서성거리다가

 

괴로웠던 사나이

행복예수 그리스도에게

처럼

십자가허락된다면

 

모가지를 드리우고

처럼 피어나는

어두워가는 하늘 밑에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 1941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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