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2 16

위를 바라보라

한경직 목사(1902-2000) 이런 이야기를 읽은 일이 있다. 영국의 요한 웨슬리(John Wesley) 목사에게 한 젊은이가 찾아와 상담했다.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앞길이 캄캄해 큰 실망 속에 젖어 있었다. 웨슬리는 젊은이에게 시원한 공기를 마시고 걸으며 상담하자고 했다. 그들이 가는 길가에 큰 목장이 있고 풀밭에 많은 소들이 풀을 먹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 한마리가 그들이 가까이 가는 담장에서 고개 쳐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웨슬리 목사는 어떤 영감이 찾아와 젊은이에게 물었다. “저 소가 왜 저렇게 고개를 쳐들고 있을까요?” “앞에 담장이 가로막혀 있어서 위를 보는 것 아닐까요?” “맞아요. 우리도 종종 앞이 보이지 않고, 우리 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부딪 칠 수 있어요. 그때 우리는..

칼럼 2024.02.29

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시인)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며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2024.02.27

예수님 사랑을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사순절

󰋮 The 행복한 생각 󰋮 사순절 두 번째 주간입니다. 사순절의 영어 ‘렌트(Lent)’는 '봄이라는 뜻인데, “40일간의 기념일”이란 희랍어인 “테살 코스테”를 따라 우리말로는 사순절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부활절을 기다리는 사순절은 예수님 고난을 기억하며 신앙을 돌아보는 절제의 기간입니다. 역사적으로 신앙의 선배들이 지킨 사순절 풍속을 통해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전통은 금식입니다. 금식은 사순절의 가장 중요한 관습이었는데, 초대교회 시대부터 행해져 왔습니다. 그리스도의 고난과 구속 사역을 기리고 하나님의 자녀 됨의 은혜에 감사하며, 삶의 자세를 가다듬기 위함이었습니다. 요즘은 엄격했던 초기의 금식기도나 절식기도 등 다양한 형태의 금식보다는 자신의 상황과 건강 정도에 맞는 금식기도에..

이 순간

피천득(1910-2007, 서울대 교수 역임)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에 흙이 된다할지라도 이 순간 내가 제2 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러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 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쩌지 못할 사실이다.

2024.02.20

예수의 고난과 사랑을 체험하는 사순절

󰋮 The 행복한 생각 󰋮 지난 2월 14일(수)부터 올해 사순절이 시작되었습니다. 가톨릭 문화권에서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일주일 동안 ‘카니발’(carnival)이 열립니다. 카니발은 이탈리아어로 ‘고기’를 뜻하는 ‘carne’와 ‘없애다’ 또는 ‘멀리하다’란 ‘levare’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말로서 ‘고기여, 안녕!’하는 말입니다. 금식하고 경건하게 지내는 사순절이 시작되면 고기도 못 먹고 즐기지도 못하니까 그 전에 실컷 먹고 마시고 즐기자는 절기가 사육제 또는 카니발입니다. 그러나 기독교에서는 카니발 없이 곧 사순절이 시작됩니다.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류를 죄에서 구원하기 위해 당하신 처절한 고난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금식, 금욕하면서 부활절 직전까지 경건하게 지내는 40일 기간입니다. 그..

가시나무 새

김소엽 시인(대전대 석좌교수) 아픔을 노래하는 새를 나는 알고 있네 가시에 찔려 내 대신 죽으며 혼신을 다해 영혼을 노래하는 새를 나는 알고 있네 죽어가는 순간 신도 흡족히 미소 지을 가장 아름다운 노래를 남기고 간 가시나무 새여 내 마른 영혼의 가지 끝에 앉아 생명을 바쳐 사랑을 노래한 그 큰 새를 나는 알고 있네 목숨을 잃은 새는 하늘 끝으로 날아가고 그가 남긴 노래는 온 세상을 빛으로 밝히네. ---------------------------------------- 시인은 그가 믿는 예수의 죽음을 전설적인 ‘가시나무 새’로 은유하고 있다. 가시에 찔려 혼신 다해 영혼을 노래하는 가시나무 새처럼 인류의 죄를 대신하여 십자가에서 희생하신 예수의 사랑이 세상을 생명의 빛으로 밝힌다고 노래한다.(소솔)

2024.02.15

천국에서의 쇼핑

김동길 교수(1928~2022) 봄이 오는 길목에 필요한 것들이 많고해서 쇼핑하러나섰어요. 우선 사랑이 절실하여,천국백화점 1층 진열대에 놓여 있는 ‘사랑’을 캇트에 실었지요. 기쁘고 평화롭게 이웃들과 사는 것이 중요해서, 코너에 있는 ‘평화’도 실었어요. 때로는 참지 못할 일도 있어 차곡차곡 쌓여 있는 ‘오래 참음’도 하나 올렸어요. 자비를 베풀 일도 있을 것 같고, 착하고 충성되게 살아야 할 것 같아, "자비"와 "양선"과 "충성"도 담았습니다. 부드러우면서 강하게 사는 것이 좋아 "온유"도 담은 후 아무래도 욕심이 많아 마지막으로 "절제"도 한 묶음 실었죠. 이제는 세상에서 얼마든지 행복하고,넉넉하게 만족하면서 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계산대로 가서 너무 많이 사서 비싸겠다는 걱정하면서, 계산하..

2024.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