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행복한 생각
복효근 시인의 <상처에 대하여>라는 시에
'잘 익은 상처에선 꽃향기가 난다’ 란 구절이 있습니다.
상처에서 꽃향기를 맡는 시인의 깊이를 보며, 과거 기억을 보듬을 필요가 있습니다.
고통스러웠던 그 순간을 망각의 저편으로 밀어 넣어선 안 됩니다.
기억한다는 것은 그 증언을 사람들과 나누며 공동체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입니다.
인격과 신앙은 숙성되는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우리는 종종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곧 좋아질 거야’ 하고 위로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보다는 고통당하는 사람이 그 고통의 터널을 잘 통과할 수 있도록 묵묵히 옆에서
손잡아 주고 잘 감당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는 것이 더 필요합니다.
숙성이 된다는 것은 그만큼 썩어간다는 것으로, 가슴과 골머리가 썩어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숙성의 시간이 있어야 ‘잘 익은 김치’가 됩니다.
된장도 완전히 발효되어 숙성되기까지 스스로 썩어지는 아픔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냥 함께 있고 공감하면서 스스로 고통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많은 경우 우리 인생은 ‘해답 없는 결론’(open ending)으로 끝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나의 지금의 모습’과 ‘이상적인 모습’ 사이에서 이를 은폐하지 말고 눈물로 토해
내고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고통의 시간을 ‘하나님 앞’에서 견뎌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에게 기다림은 신앙의 양식이기도 합니다.
기다림은 힘없는 사람의 선택지가 아니라 기쁨과 성취의 길입니다.
이를 깨달을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살아 계신 하나님을 믿는 바로 그 사람입니다.
사순절이 점점 더 깊어져 가면서 우리의 신앙도 이 깊이를 더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임채영 목사. 서부성결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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