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도(시인. 경희대 교수 역임)
한해의 끝자락에서
또 한해가 속절없이 가버린다고
한탄하기보다는
아직 남은 시각을 고마워하며
지혜롭게 마무리하는
시간 되게 하소서
12월의 냉기 어린 바람을
고스란히 맞는 이웃들을
얼마나 사랑했고
얼마나 희생했는지
훨훨 타오르는 숯불이 되어
헐벗은 가슴 데워 주게 하소서
또 한해를 마감하고 보내는
이 자리 내 선 위치에서
사랑의 작은 촛불 밝혀
어두움에 헤매는 자들에게
환하게 밝은 길 열어주는
주의 작은 빛으로 살게 하여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