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정일남(시인) 봄에 왔더니가을엔 또 왜 왔어얼어 죽으려고 왔어? 아니다 아니다봄에 보지 못한 걸마저 보려고 왔지. ---------------------------------------------------------------몇 년 전 뉴스에 11월에 남쪽 지방에서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식이 있었다.그때 이상기후로 봄처럼 따뜻한 일주일이 있어서였을까?모두 신기하게 생각 했으나 시인은 시를 지어 우리를 미소짓게 했다.(소솔) 시 2024.11.07
대추 한 알 장석주(시인)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태풍 몇 개저 안에 천둥 몇 개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저 안에 땡볕 두어 달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시 2024.11.07
마음 1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내가 살아가는 것은 하늘의 빚을 갚는 일입니다.하늘은 내게 이 세상에서 살 만큼의 빚을 빌려 주었습니다.나는 70년 동안 열심히 빛을 만들어 하늘 빚을 갚는다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하늘은 목숨을 태워서 만드는 빛만을 받는다고 합니다.가족들을 위해 나를 태워 만든 빚이 하늘의 통장에 얼마나 입금되었을까요.시를 빚는 일은 빚을 갚는 일이라는 믿음이 내 마지막 양심입니다. 작은 별빛만큼이라도 빚을 갚기 위해 밤잠을 못 이룹니다.기도할 때면 하늘의 빚 독촉소리가 들립니다.거짓을 모르는 내 마음이 고맙습니다.-------------------------------------------------------------------------------시인은 자신의 삶이야말로 하늘로부터 주어.. 시 2024.11.05
11월의 나무처럼 이해인(카토릭 문학상) 사랑이 너무 많아도사랑이 너무 적어도사람들은쓸쓸하다고 말하네요. 보이게보이지 않게큰 사랑을 주신 당신께감사의 말을 찾지 못해나도 조금은 쓸쓸한 가을이에요. 받은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내어 놓은 사랑을 배우고 싶어요. 욕심의 그늘로 괴로웠던 자리에고운 새 한 마리 앉히고 싶어요. 11월의 청빈한 나무들처럼나도 작별 인사를 잘하며갈 길을 가야겠어요. 시 2024.11.01
책을 만드는 손 김영진(한국예술문학 대상) 사람의 손은 아름답다집을 짓는 목수의 손은 아름답다쇠를 만드는 대장장이의 손은 아름답다고려청자를 빚는 도공의 손은 아름답다탑을 세우는 석공의 손은 아름답다. 사람은 손으로 세상을 바꾼다.세종대왕은 손으로 훈민정음을 짓고이순신은 손으로 거북선을 만들고안중근은 손으로 일본을 쓰러뜨리고최남선은 손으로 독립선언서를 쓰고과학자들은 손으로 인공위성을 쏘고손으로 자동차를 만들고손으로 컴퓨터를 만들고손으로 세상을 바꿨다. 그러나 가장 큰 손은책을 만드는 손인류는 책이 있어 지혜를 얻고책의 가르침으로 문명을 알고모든 경전이 세상을 깨웠다.가장 아름다운 손은책을 만드는 손.-------------------------------------------------------가을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시 2024.10.31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하루 원연숙(시인) 한줄기 빛에 기대어 바라보는 하늘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하루 길가에 피어있는 꽃 한 송이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향기로운 하루 곁에서 웃어주는 그대가 있는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사랑스런 하루 차 한 잔에 달콤함을 느낄 수 있는그것만으로도 살아갈 의미가 있는 하루 내가 숨 쉴 수 있는 하루가 있다는 그것만으로도참으로 행복한 날입니다. 시 2024.10.30
서로가 꽃 나태주(풀꽃문학관 관장) 우리는 서로가 꽃이고 기도다. 나 없을 때 너 보고 싶었지?생각 많이 났지? 나 아플 때 너 걱정됐지?기도하고 싶었지? 그건 나도 그래우리는 서로가기도이고 꽃이다. 시 2024.10.29
가을 편지 배명식(서울문학상) 그대를 멀리 두고가을이 간다 그리움과 보고픔을가슴에 쓰고 약속할 께,삶이 다하는 겨울이 오기 전에 고단하고 곤고했던 마음따스한 햇살 가득 채울 것을 시 2024.10.26
가을 가슴 채희문(녹색문학상) 가을엔 그렇게 가야하리가슴 가득한 수평선 열어 놓고가랑잎처럼 가뿐한 걸음으로 가야하리 슬픔이나 외로움 천길 바다보다 깊어지지만푸른 하늘 더욱 드높이 푸를수록더욱 처절한 그리움에 젖으며꿈꾸는 나그네처럼 설레며 떠나야하리 가다가 어느 햇살 바른 산천에 이르러행여 그리움 그대 그림자라도 만나면 비로소 마지막 단풍잎처럼 타오르며마침내 나를 불사르리. 시 2024.10.25
너의 하늘을 보아 박노해(노동문학상) 네가 자꾸 쓰러지는 것은네가 꼭 이룰 것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지금 길을 잃어버린 것은네가 가야만할 길이 있기 때문이야 네가 다시 울며 가는 것은네가 꽃 피워낼 것이 있기 때문이야 힘들고 앞이 안 보일 때는너의 하늘을 보아 네가 하늘처럼 생각하는너를 하늘처럼 바라보는 너무 힘들어 눈물이 흐를 때는 가만히 네 마음 가장 깊은 곳에 가 닿는 너의 하늘을 보아 시 2024.1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