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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도

조선윤(시인) 올 가을에는 삶의 맛을 달게 하소서윤기 나게 하시고 지나간 날들의 그리움과 다시 올 날들의 설레임도만나 보게 하소서 가을 속에서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로맑고 순수한 영혼을그려 보게 하시고붉은 마음 하나만을 간직한 채소녀 적 나의 가을을 찾아투명한 햇살 속에서 빛나는자연의 경이로움도 만나보고 온통 물들게 하소서 올 가을에는 마음 밭에 무성히 가득 채워그 동안 눈길 주지 못했던 곳을 찾아사랑 하게 하소서.

2024.09.05

바닷가에서

오세영 교수(소월시문학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바닷가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바닷가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이마침내 밝히는 여명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이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바닷가가물가물 멀리 떠있는 섬을 보아라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 의지가거기 있다.

2024.08.29

해바라기

이재창(국민일보신춘문예 대상 ) 하늘이 하도 좋아하늘만 기다리다저리도 목이 길었나 구름이 하도 좋아구름만 이고 살다가저리도 목이 굽었나 해가 너무 좋아해만 바라보다가저렇게 해를 닮았나 여름 내내뙤약볕에 그을려검게 타버린 얼굴에잘 익혀낸 열매들알알이 모았던 축복을전부 다 내어주네아낌없이 내어주네.--------------------------------------해바라기에 대한 시각적 형상화가 아름답다. 특히 마지막 연에서 ‘잘 익혀낸 열매를/알알이 모았던 축복을/전부 다 내어주네‘라는 이미지로 신앙적 용어 하나없이 이 시는 기독교정신을 멋지게 그려낸 시가 되었다.(류)

2024.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