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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이름

이문조(시인) 쓰기 좋고 읽기 좋은과학적인 우리 한글세계 글자대회에서 우승한 한글 나는 한글이 너무 좋아아들들 이름도 한글로 지었으니 큰 소나무처럼 자라늘 푸르라는 ‘한솔’큰마음의 사람이 되라는 ‘한울’ 이름이 좋고 아름답다며누가 지었냐고 할 적마다내 어깨가 으쓱해진다. 한글날 맞아글 모르는 가난한 백성 위해6백년 전, 세상에서 가장 좋은 글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님께 엎드려 감사, 또 감사.

2024.10.09

뒷모습

나태주(풀꽃문학관 관장) 뒷모습이 어여쁜사람이 참으로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 소리,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산길을 내려가는야윈 슬픔의 어깨가희고도 푸르다.

2024.10.05

시 읽는 사람

김영진(한국기독교문학상)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가면시 읽는 사람을 만나보세요낮도 밤도 없이 벤치에 앉아책을 펴들고 시를 읽고 있어요. 뒤뜰에서는 또한 여자가책을 일고 읽는데윤동주의 서시였어요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빗속에서도눈이 내려도시 읽는 사람은젖지 않아요 시를 읽으면온몸이 따뜻해져요겨울에도 봄처럼꽃이 피나 봐요. ----------------------------------------------------------------------------------------10월은 독서의 계절입니다. 가을엔 감수성이 강한 시가 더욱 좋습니다(소솔)

2024.10.04

비밀번호

유승우 교수(인천대 명예) 9월 하순의 저녁입니다.길가에서 휴대전화 소리가 울립니다.호들갑스레 울어댑니다.추분에도 오지 못한 가을의 전화입니다. 다가가니 뚝 끊어지고 조용합니다.물러서면 울리고, 다가서면 끊어집니다. 아, 나는 아직 귀뚜라미 가슴의비밀번호를 모릅니다.--------------------------------------------------  ‘비밀번호’라는 제목 때문에 독자들이 휴대폰에 대한 내용인 줄 알다가 마지막에 귀뚜라미 정체를 밝히는 반전을 통해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 수작이다.(류)

2024.09.30

어느 날의 기도 86

채희문(녹색문학상) 이 가을엔당신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소서 육신의 온갖 욕망으로 출렁대던그 여름 바다를 멀리 떠나다시금 단정히 심신의 옷깃을 여미며당신께 돌아오게 하소서 당신 무릎 앞에 엎드려세상의 오물 다 쏟아버리고텅 빈 백자항아리로 다시 놓이게 하소서 그리고 이 가을엔저의 허전한 가슴이 썰렁하지 않고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저 들판의 잘 익은 튼실한 열매들처럼그 알찬 내용의 감미로운 속살처럼찬송과 기도의 감화 감동이절절히 흘러넘치게 하소서.

2024.09.28

행복한 사람

정용철(목사 시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아름다운 단풍잎 하나선명하게 떠 오르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찾아가면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고 이야기 다 들어주고도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다면당신은 행복한사람입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뜻 모를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2024.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