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희문(녹색문학상)
이 가을엔
당신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소서
육신의 온갖 욕망으로 출렁대던
그 여름 바다를 멀리 떠나
다시금 단정히 심신의 옷깃을 여미며
당신께 돌아오게 하소서
당신 무릎 앞에 엎드려
세상의 오물 다 쏟아버리고
텅 빈 백자항아리로 다시 놓이게 하소서
그리고 이 가을엔
저의 허전한 가슴이 썰렁하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저 들판의 잘 익은 튼실한 열매들처럼
그 알찬 내용의 감미로운 속살처럼
찬송과 기도의 감화 감동이
절절히 흘러넘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