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도 86

유소솔 2024. 9. 28. 00:00

 

                                                      채희문(녹색문학상)

 

가을

당신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소서

 

육신의 온갖 욕망으로 출렁대던

여름 바다를 멀리 떠나

다시금 단정히 심신의 옷깃을 여미며

당신께 돌아오게 하소서

 

당신 무릎 앞에 엎드려

세상의 오물 다 쏟아버리고

텅 빈 백자항아리로 다시 놓이게 하소서

 

그리고 이 가을

저의 허전한 가슴이 썰렁하지 않고

감사마음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저 들판의 잘 익은 튼실열매들처럼

그 알찬 내용의 감미로운 속살처럼

찬송기도의 감화 감동이

절절히 흘러넘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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