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박노해 (노동문학상)
가을볕이 너무 좋아
고추를 따서 말린다.
흙 마당에 널어놓은 빨간 고추는
물기를 여의며 투명한 속을 비추고
높푸른 하늘에 내걸린 빨래가
바람에 몸 흔들어 눈부시다
가만히 나를 말린다
내 슬픔을
상처 난 내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나는
살아온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