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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의 기도 86

채희문(녹색문학상) 이 가을엔당신께 좀 더 가까이 갈 수 있게 하소서 육신의 온갖 욕망으로 출렁대던그 여름 바다를 멀리 떠나다시금 단정히 심신의 옷깃을 여미며당신께 돌아오게 하소서 당신 무릎 앞에 엎드려세상의 오물 다 쏟아버리고텅 빈 백자항아리로 다시 놓이게 하소서 그리고 이 가을엔저의 허전한 가슴이 썰렁하지 않고감사한 마음으로 가득하게 하소서 저 들판의 잘 익은 튼실한 열매들처럼그 알찬 내용의 감미로운 속살처럼찬송과 기도의 감화 감동이절절히 흘러넘치게 하소서.

2024.09.28

행복한 사람

정용철(목사 시인)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올 때아름다운 단풍잎 하나선명하게 떠 오르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마음이 답답할 때 찾아가면 언제라도 반갑게 맞아주고 이야기 다 들어주고도 아쉬워하는 친구가 있다면당신은 행복한사람입니다. 하루 일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에뜻 모를 설레임으로 발걸음이 빨라진다면당신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2024.09.24

달빛 기도

이해인너도 나도집을 향한 그리움으로둥근달이 되는 한 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욕심의 어둠을 걷어내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미음과 편견을 버리고좀 더 둥글어지기를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 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둥글게

2024.09.17

꽃과 돌

소강석(윤동주 문학상)꽃은 먼저 주고 돌은 나중에 던져라예수는 여인에게 꽃을 주고 돌을 던지지 않았다 사랑할 일이 있으면 가장 먼저 꽃을 주고미워야 할 일이 있으면 마지막에 돌을 던져라지금 꽃을 주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다.마지막에 돌을 던지면 미워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 모두 외롭고 아프고 쓸쓸하기에꽃부터 먼저 건네 주거라 그것도 부족하면마지막으로 향기 묻은 돌을 던져주어라.

202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