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에서

유소솔 2024. 8. 29. 00:00

 

 

                                                   오세영 교수(소월시문학상)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마침내 밝히는 여명

자신을 포기하는 자가 얻는 충족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슬프고 외롭거든

바닷가

가물가물 멀리 떠있는 을 보아라

홀로 견디는 것은 순결한 것,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다운 것,

스스로 자신을 감내하는 자의지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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