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의 합창

유소솔 2020. 11. 16. 22:37

                                         류재하                           

 

담양에 가면                                                         

맑고 푸른 합창소리가 들린다.

 

고지산 남서쪽

부챗살처럼 활짝 펼쳐진 언덕

 

대나무 소나무 숲을 이룬 초록동산에

찾는 이마다 몸과 마음이 청순해 진다.

 

솔바람에 송화松花 가루 날고

댓바람에 죽향竹香이 은은하면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울창한 대숲에서

봄의 합창소리가 들려온다.

 

, , ,

나무끼리 부딪치는 리듬소리

 

사아악, 사아악

소나기 오는듯한 댓잎소리

 

, , ,

숲을 날며 노래하는 참새소리

 

뻐꾹, 뻐뻐국

먼 산에서 짝 찾는 뻐꾸기 소리

 

이 소리, 저 소리가 어울려 내는

합창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세파에 엉킨 이기심이 옷을 벗고

세속에서 잃어버린 자아自我가 다가오며

 

4월의 봄볕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다.

                                                 - 작시일(2003. 4. 12)

                                                 - 소솔 제1시집 수록(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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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 이 작품에서 류 시인의 '신과의 완전한 대화'가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이 시에서 '대숲'은 에덴동산을 상징한다. 구약의 에덴이 아니라, 속죄 받고 거듭난 사람이 회복한 신약의 에덴이다. 이 시에서 '맑고 푸른 합창소리, 탁 탁 탁, 사아악 사아악, 짹 짹 짹 짹, 뻐꾹 뻐뻐꾹은 인간이 배제된 자연의 소리이다. 이 자연의 소리를 문자로 옮길때 의성어라고 하는데 이것은 뜻이 없다. 마음의 귀로 들은 신의 소리를 그린 청각적 이미지일 뿐인데, 순수감동을 형상화했다. 그리고 마지막 연을 '4월의 따가운 봄볕은/ 저만치 비켜가고 있다'고 시각적 이미지로 마무리 한 것은 참 놀라운 기교라 할 수 있다. 이런 류 시인의 수사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유승우 인천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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