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사람에게

유소솔 2026. 1. 30. 00:00

 

 

                                             조병화(1921-2003; 대한민국예술인상)

 

외로운 사람아,

외로울 땐 나무 옆에 보아라.

 

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 평생 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

 

나무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한 평생

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

하늘순리대로 살아가면서

 

상처를 입으면 입은 대로 참아 내며

가뭄이 들면 드는 대로 이겨내며

홍수가 지면 지는 대로 견디어 내며

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

우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

제자리 지켜서 솟아 있을 뿐

 

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

바람이 대신 울어 준다

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질 않는다

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

 

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

미리 근심하지 않는다

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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