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성배(1940- 2021)
첫 애 손잡고 입학식 가던 교문에 내리던 햇볕이
어린이집 끝난 손녀 손잡고 가는 골목에도 쏟아진다
대학생 때 전차비 아끼려고 걷던 종로에 내리던 햇볕이
주차한 자가용 위로도 쏟아진다.
엄마 손잡고 외가 갈 때 논두렁에 내리던 햇볕이
베란다에도 쏟아져 추위 견디는 군자란을 덮고 있다
택배 현관 앞에 둡니다
택배기사가 코로나 피해 문자를 보냈다
김 한 톳, 초콜릿 한 개, 마스크 한 장
곁들인 신년 콩트와 새해 기쁨과 복을 비는 인쇄물 한 장
작년에도 왔지만 또 오리라 생각 않고 있던
이** 소설가가 보낸 택배가 햇볕으로 쏟아진다
햇볕을 누가 물어보고 내려주는가
햇볕을 누가 뒷날 보고 쏟아주는가
햇볕 가격 계산하면 누가 한 줌 받아 쬐겠는가
새해 아침 택배로 온 햇볕이
그냥 마음에 쏟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