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교수(1934-2022)
섬에서 온 나그네와 산골에서 온 나그네가
도시에 와서 서로 말다툼을 하고 있습니다.
“그게 무신 소린가? 해는 바다에서 뜨네.”
“아니야. 해는 높은 산에서 뜨는 거야”
“아, 이 양반아. 내가 매일 두 눈으로 본 걸 모를까 봐!”
“허, 이 사람아. 내 눈은 눈이 아닌가?”
“거, 여보쇼. 뭐 그런 것 가지고 싸우시오?”
여관집 주인이 끼어들며 말했지요.
“내일 아침이면 다들 알게 될 것이요
해는 바로 이 지붕 위에서 뜬다오.“
삼년 뒤 이들이 다시 만났다고 생각해 보세요.
섬에서 나와 육지를 여행한 사람은
해가 바다에서만 뜨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산골 사람은 해가 산 위에서만 뜨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을 겁니다.
하지만 여관집 주인은 아직도 해가 지붕 위에서 뜬다고 우기겠지요.
여관집 주인이 아니라
나그네가 되세요.
‘진리는 나그네’라는 말도 있지요.
머리보다 발로 생각하는 것
책상이 아니라 길에서 얻는 지혜
여관집 주인은 나그네들의 이야기로 귀동냥하지요,
블로그나 트위터로 정보를 얻는 사람들은
여관집 주인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디지털의 사이버 공간만으로는 안 됩니다.
짚신을 신고 온몸으로 해 뜨는 곳을 찾아가는
나그네가 한번 되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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