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80초 명칼럼- '길을 묻다'

유소솔 2025. 9. 22. 00:05

 

                                                      이어령(1934- 2022)

 

젊은이양치기 할아버지에게 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아테네로 가는데

  물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냥 쳐다만 봅니다.

 

젊은이계속해서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젊은이는 속으로 을 하고 그냥 걸어갔습니다.

할아버지젊은이의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말했습니다.

“여보게, 젊은이, 그런 걸음걸이로 가면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네!.“

 

사람마다 걷는 속도는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젊은이의 걸음걸이를 확인한 후에

정확한 대답을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근대 서구 문명을 낳은 합리적 정신

 

한양으로 가던 나그네가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한양까지 몇 리나 남았나요?”

고개 넘어 십리만 더 가슈,”

고개 넘어 한참을 갔는데 한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밭 일하던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한양 가려면 몇 리나 더 가야 하나요?”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나그네는 그만 짜증을 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라 하더니 또 십리에요?”

“어차피 갈 길인데 멀다고 하면 만 빠지지.

  십 리쯤 남았다고 하면 기분도 좋고 기운도 날게 아닌가.“

 

숫자로 따지는 세계

마음으로 재는 세계가 만나는 동양서양

두 길을 통합하여 만드는 창조세계.

 

그곳에

다양이 모여

하나가 되는 무지개가 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