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1934- 2022)
한 젊은이가 양치기 할아버지에게 길을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아테네로 가는데
해 저물기 전에 들어갈 수 있을까요?“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없이 그냥 쳐다만 봅니다.
젊은이는 계속해서 물었습니다.
그럼에도 아무 반응이 없자
젊은이는 속으로 욕을 하고 그냥 걸어갔습니다.
할아버지는 젊은이의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말했습니다.
“여보게, 젊은이, 그런 걸음걸이로 가면
해 지기 전에 도착할 수 있겠네!.“
사람마다 걷는 속도는 다 다릅니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젊은이의 걸음걸이를 확인한 후에
정확한 대답을 알려주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근대 서구 문명을 낳은 합리적 정신
한양으로 가던 나그네가 밭에서 일하던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아주머니, 한양까지 몇 리나 남았나요?”
“고개 넘어 십리만 더 가슈,”
고개 넘어 한참을 갔는데 한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밭 일하던 할아버지에게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한양 가려면 몇 리나 더 가야 하나요?”
“고개 넘어 십 리만 더 가슈.”
나그네는 그만 짜증을 냈습니다.
“고개 넘어 십 리라 하더니 또 십리에요?”
“어차피 갈 길인데 멀다고 하면 맥만 빠지지.
십 리쯤 남았다고 하면 기분도 좋고 기운도 날게 아닌가.“
숫자로 따지는 세계와
마음으로 재는 세계가 만나는 동양과 서양
두 길을 통합하여 만드는 창조의 세계.
그곳에
다양한 빛이 모여
하나가 되는 무지개가 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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