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령 교수(1934-2022)
할아버지와 손자가
밭에서 콩을 심고 있었습니다.
손자가 흙에 구멍을 내면
할아버지는 콩 세 알을 넣고
흙을 덮었습니다.
손자가 이상해서 물었습니다.
“할아버지, 구멍 하나에 콩 한 알만 심으면 되지
왜 세 알씩 넣으세요?“
할아버지는 구슬땀을 씻으며 허허 웃으십니다.
“그래야, 하늘에 나는 새가 한 알을 먹고
땅에 사는 벌레가 한 알 먹고
나머지 한 알이 자라면 사람이 먹는 거란다.“
맞아요.
그렇게 굶주리고 배가 고픈데도
감 하나를 따지 않고 남겨두는 까치밥,
밭에서 일하던 농부들이
곁두리를 먹기 전에 음식을 던지는 고수레의 풍습.
콩 세 알을 뿌리는 이 마음을
옛 조상들은 삼재사상(三才思想)이라고 불렀습니다.
천(天), 지(地), 인(人)
하늘, 땅, 사람의 세 힘이 한데 어울려 사는 세상.
할아버지,
왜 콩 한 알이 아니라 콩 세 알이지요?
농약을 뿌려
사람 혼자 먹는 농사가 아니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손자는
하늘을 보고 땅을 보고 크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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