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같이 햇살 고운 날엔
뒷산 풀밭에 팔베개로 누워
구름 한 자락 잡아타고
훨훨 어디론지 날아가고 싶다
산 너머 마을엔 누가 살고 있을까?
백설 공주 같은 예쁜 아이도 있겠지
그럼, 난 늠름한 왕자가 되어
온종일 함께 손잡고 뛰노는 거지
싫증나면 휴전선 아찔한 땅 금을 넘어
북녘 아이들도 만나보고 싶다.
우선 땡볕에 답답한 붉은 목수건 풀어주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함께 노래 부르는 거지
초음속 미사일보다 더 빠른 바람 만나면
태평양을 단숨에 건너 가서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사뿐히 내려
거인의 나라 미국을 굽어보는 거지
또 대서양을 건너 뛰어
엘리자베스 여왕이 사는 궁전에 가서
로봇처럼 걷는다는 병사들을 따라
뒤뚱뒤뚱 걸음을 흉내 내고 싶다.
오늘같이 햇살 고운 날엔
뒷산 풀밭에 팔베개로 누워
구름 한 자락 잡아타고
훨훨 어디론지 날아가고 싶다.
-소솔 제2동시집(2001)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