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원(한국서정문학상)
가을 하늘이 깊다
계절이 가는 길목에서
한 그루 상수리나무가
높게 넓게 팔을 벌려 춤추고 있다
하늘에는 뭉게구름이
억새꽃 하얀 손짓 따라 흐르고
해는 서서히 서쪽으로 기우는데
나무는, 한 겹 한 겹 옷을 벗는다
오늘,
너의 발걸음은 어디로 향하는가
먼 길 떠나오느라 부르튼 발바닥
얼마를 더 가야 끝이 보이려는지
숙명처럼 계절이 가고
서산에 해지듯이 넘어가는
가을 언덕에서
다시 걸어야 할 길을 바라본다
긴 숨을 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