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인(제1회 카토릭문학상)
하늘은 높아 가고
마음은 깊어 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여 오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 싶고
죄 없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네.
친구여,
너와 나의 사이에도
말보다는 소리 없이 강이 흐르게
이제는 우리 더욱 고독해져야겠구나.
남은 시간 아껴 쓰며
언젠가 떠날 채비를
서서히 해야겠구나.
잎이 질 때마다
한 움큼의 詩들을 쏟아 내는
나무여, 바람이여
영원을 향한 그리움이
어느새 감기 기운처럼 스며드는 가을
하늘은 높아 가고
기도는 깊어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