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을 유안진(서울대 명예교수)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 보다도 마른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면 눈 감은 채 고즈넉이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써 등불 하나 켜 놓고 싶어라 서 있는 사람은 앉아 있어야 할 때 앉아서 두 손안에 얼굴을 묻고 싶을 때 두 귀만 동굴처럼 길게 열거라. 시 2023.10.20